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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검찰총장이면 수사방향 미리 말해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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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검찰총장이면 수사방향 미리 말해도 되나

입력
2010.12.10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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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이 신한은행 사건 피의자 처리 방향을 언론에 사전 누설해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 언론은 9일 '검찰 고위 관계자'를 인용, 검찰이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에 대해 횡령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불기소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또 이 고위 관계자가 수사 막판 은행 측이 신 전 사장 고소를 취하한 데 대해 "국민 앞에서 난리 쳐놓고 자기들끼리 합의했다 해서 그냥 없었던 일로 넘어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고위 관계자는 김준규 검찰총장이었다.

검찰총장이 주요 사건 피의자에 내려진 처분 결과를 언론에 말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번 발언은 크게 잘못됐다. 김 총장의 발언이 알려진 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사건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이어서 피의자 처리 수준은 결정되지 않았으며, 다음 주쯤 윤곽이 잡힐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수사팀은 이 날도 피의자와 참고인 조사를 계속했다. 수사팀의 결론이 나오기 전에 검찰총장이 피의자 처분 수위를 결정해 놓은 모양새가 된 것이다. 자칫 결론에 짜맞춘 수사라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

물론 사건 수사 경과를 계속 보고 받는 만큼 법률가로서, 검사로서 피의자 처분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고도 막판 고소 취하로 공권력을 농락하는 듯한 행태에 분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개인 판단과 감정 차원에 가두어 놓을 일이지 발설할 일은 아니었다. 수사 기밀인 주요 사건 피의자 처리에 관한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개인적 생각과 판단을 언론이 확대 해석했다고 할 수도 있지만 검찰총장의 막강한 권한과 책임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없다. 사석에서 사견을 전제로 한 발언이라도 검찰총장이 사건 처리 방향을 구체적으로 언급할 경우 이를 수사팀의 결론으로 믿지 않을 기자는 없다.

검찰 수사공보준칙을 거론할 필요도 없이 피의자 처리에 대한 김 총장의 발언은 경솔했다. 수사팀이 곤혹스럽게 됐고, 김 총장도 리더십에 흠집이 생겼다. 신중한 언행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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