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2월 9일은 국제연합(UN)이 정한 세계반부패의 날이다. 2003년 12월 9일 멕시코 메리다에서 한국을 포함한 UN회원국 90여 개국이 UN반부패협약(UNCAC)에 서명한 날을 세계반부패의 날로 지정했다. 그 후 많은 국가 및 국제기구에서 세계반부패의 날을 기념하기 위한 운동을 전개해 오고 있다.
UN반부패협약은 공공과 민간의 부패에 대한 예방과 처벌 조치를 함께 고려해 제정한 부패방지 첫 규범으로 세계 각국이 광범위한 부패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뇌물 횡령 자금세탁 등을 불법화하는 법률을 채택하며, 부패지원이나 수사방해 행위를 범죄로 다룬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치 지도자에 의해 수탈된 국가자산을 차기 정부가 환수해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또 협약은 이행강제력을 구사하기 위해 각국이 서명과 함께 비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현재 반부패협약 이행을 위한 국회 비준을 마친 국가는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150여 개국에 이른다. 한국은 반부패협약 제정 당시 서명한 이래 그 이행법률인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을 제정하여 비준절차도 마친 상황이다.
사실 부패문제는 유엔뿐만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의 핵심 해결과제로 부상한 지 오래다. 아시아 중남미 등 일부 신흥시장에서는 국제사회와 정부의 경제원조를 받더라도 심한 부패로 인해 지원금이 경제발전으로 선순환되지 못해 낭비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12년 전 선진국 진입 문턱에서 IMF환란 고초를 겪은 우리나라도 방만한 1인 족벌경영· 순환 출자식 분식회계, 정·관계 로비용 비자금 조성 등 관행적 부패를 경험한 바 있다.
한 국제시민단체에 따르면 한국의 청렴도(부패인식지수·CPI)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78개국 중 39위다. CPI 점수산정 방법이나 신뢰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지만 OECD회원국 중에서도 아쉽게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국제사회에서 산업화·정보화 시대를 발 빠르게 선도하면서 OECD 대열에 합류하는 동안 부패란 독버섯이 사회 곳곳에 적잖이 자라났다. OECD가입 14년이 된 지금, 서방경제를 따라잡았으나 우리사회의 투명성과 공정성은 뒤쳐져 있다. 먹고 사는 걸 해결하면서 물질풍요시대에 도래했으나 올바른 가치관과 이념 등 정신세계는 빈곤하다.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내 논에만 물대기 위해 새치기와 반칙을 일삼아 내 배만 불리지 않았는지 되돌아보자. 개발시대의 산업화 민주화 과정에서 돋아난 부패의 뿌리를 걷어내지 않으면 진정한 선진국 대우를 받기 어렵다. 반부패의 날을 맞아 스스로 내 주변에 부패행위는 없는지 살펴보자.
김덕만(국민권익위원회 홍보담당관(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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