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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물망초' 피어 있는 '오솔길'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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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물망초' 피어 있는 '오솔길' 따라서

입력
2010.12.10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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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의 술은 통술이다. 대학시절 선생님들의 뒤를 따라서 다닌 원조 통술은 오동동 골목 따라 술 향기 그윽하게 숨어있었는데, 요즘 신마산에 아예 통술거리가 만들어져 성업 중이다. 통술은 푸짐한 안주가 한 상 통째로 나온다고 해서, 혹은 술이 얼음 채운 통에 넣어져 나오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라 한다.

내게 통술은 맛의 바다인 마산 바다와 마산 사람의 인심이 만들어낸 최고의 술상이다. 통술의 원칙은 오직 하나, 해산물을 비롯한 꽤 많은 안주가 무조건 싱싱해야 한다. 서울에선 요리로 나오는 음식이 마산 통술에서는 안주로 줄지어 나오고도 값은 저렴하니 전국적인 명소가 될 수밖에.

내게 단골 통술집이 있다. 안주인은 '물망초', 바깥주인은 '오솔길'인데 늘 영업을 하는 곳은 아니다. 부부가 손잡고 걷기를 즐겨 집이 비어있기 일쑤다. 손님에게 천운이 따라야 대문이 열린다. 안주는 물망초님 마음대로, 술은 오솔길님의 애주인 청암홍주(靑巖弘酒)를 같이 마셔야 한다.

이미 눈치들 채셨을 것이다. 그곳은 언어학자 청암 김영태 선생님 댁이다. 선생님이 댁에서 반주를 즐겨하셔서 사모님의 안주 솜씨가 통술의 경지를 넘어버린 지 오래다. 또 그곳엔 어떤 통술집에도 없는 별미가 있는데, 고희를 넘긴 부부가 손을 꼭 잡고 '물망초 오솔길'이란 연애시절 애칭을 부르며 늘 외상 손님인 제자들 앞에서 뜨거운 애정을 수시로 과시하는 일이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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