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퍼트는 부자라네~ 난 당신의 사고방식이 마음에 안 드네~ 기사를 쓰는 건 바로 우린데 우리를 천대하면 결과는 뻔하지. 저널리즘의 질은 하수구로 떨어지지.”
2007년 여름, 루퍼트 머독(79)의 월스트리트저널(WSJ) 인수에 반대하며 거리에 나선 WSJ 기자들은 이런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거센 반발에도 불구, 머독은 120년 전통의 세계 최대 영향력을 자랑하는 WSJ를 인수한다. 그는 어떻게 세계 언론을 장악해 왔으며, 언론인들이 그를 거부하는 이유는 뭘까.
거침없는 확장
머독은 1931년 호주 멜버른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키스 머독은 기자로 일하다 나중에 지역 신문을 발행한 신문업계 거물이었다. 영국 옥스포드대 우스터칼리지에서 공부하던 머독은 22살 때 아버지가 사망하자 호주로 돌아와 아버지 회사(뉴스 리미티드)를 물려받는다. 사업 확장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몇 년 만에 호주의 다른 지역 신문들을 사들여 회사를 늘려나갔고, 64년 호주 최초의 전국 일간지인 ‘오스트레일리안’을 발행한다.
그의 공격적인 언론사 인수ㆍ합병은 해외로 뻗어갔다. 영국의 일간지 ‘선’(인수 69년)과 ‘타임스’(81년), 미국의 ‘뉴욕 포스트’(76년) 등 굴지의 신문사들을 잇따라 사들였다. 86년에는 미국에서 ‘폭스’방송사를 차리면서 TV시장에도 진출한다. 당시 미국인이 아니면 방송사를 소유할 수 없게 한 규정이 있었는데, 그는 이 때문에 호주 국적을 버리고 미국인으로 귀화할 정도였다. 아시아 진출을 위해 93년 ‘스타TV’를 손에 넣었고, 일본의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일본 민간방송사인 ‘TV-아사히’ 지분 21.4%를 사들이기도 했다(일본 내 여론 악화로 곧 되팔았지만).
우리나라 진출도 시도했다. 2000년 우리나라 위성방송사업권 획득을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2003년엔 스카이라이프 지분참여에 나섰다가 쓴 잔을 마셨다.
2009년 현재 그는 세계 52개국 170여개 신문사를 비롯, 방송 영상제작 케이블 위성 잡지 광고 출판 등 780개에 달하는 미디어 관련 기업을 소유하고 있다. 자연히 부(富)도 따라와 그는 26억 달러의 재산을 가진 미국내 38번째 갑부(포브스)반열에 올랐다.
앞으로 그의 사업은 뉴스코퍼레이션 아시아ㆍ유럽분문장을 맡고 있는 아들 제임스 머독이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 머독은 세 번 결혼했는데, 첫 결혼에서는 딸을 하나 두었고, 두 번째 결혼에서 딸과 아들 둘을 얻었다. 세 번 째 아내인 38살 연하의 중국계 미국인 웬디 덩(42)과의 사이에도 각각 9살, 5살 난 딸이 둘 있다. 장남 라칠란은 2005년 돌연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는데, 덩이 어린 딸들의 재산권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라칠란과 머독의 관계가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국의 ‘히틀러’
머독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언론경영주다. 인쇄 미디어에서 케이블TV, 이후 인터넷 미디어로 바뀌는 언론환경 변화를 그보다 더 예리하게 꿰뚫는 이는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 그에겐 존경이 따르지 않는다. 머독을 미디어 황제로 만든 건 오히려 자극적 보도와 정치적 파워라는 평가가 많다. 2001년 미국 9.11 테러가 터졌을 때 폭스 뉴스는 배후로 지목됐던 오사마 빈 라덴을 ‘더러운 X’, 알 카에다를 ‘테러 깡패’라고 칭하는가 하면, 한 기자는 자신이 직접 빈 라덴을 죽이고 싶다고 까지 말했다. 그러나 폭스의 자극적인 언어와 보수 성향의 논조는 오히려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어 시청률이 급등했고, 2000년대 중반에는 마침내 CNN까지 앞질렀다.
영국의 ‘선’은 독자를 끌기 위해 매일 3면에 비키니 차림의 여성 사진을 싣는 등 섹스와 스캔들은 머독 성공의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 언론의 역할과 수준도 논쟁거리지만, 영국의 일요신문 ‘뉴스 오브 더 월드’ 기자들이 2006년 스캔들을 캐기 위해 영국 왕실과 유명인들의 전화를 도청하고 또 이를 무마하기 위해 피해자들에게 100만파운드(약 20억원)를 준 것으로 알려지는 등 도덕적 문제도 만만치 않다.
머독은 세계적인 ‘킹 메이커’다. 영국의 마거릿 대처와 토니 블레어 총리, 미국 조지 부시 대통령이 집권하는데 머독 소유 언론들의 지지가 큰 역할을 한 것은 공공연한 사실. CNN 창업주 테드 터너가 “언론을 자신의 개인적 이익을 위해 소유하는 머독은 나치 독일시대의 히틀러와 다를 바가 없다”고 비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머독은 얼마 전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손을 잡았다. 애플과 공동으로 아이패드 이용자만을 위한 전용 신문 ‘더 데일리(가칭)’ 창간을 준비하고 있다. 일주일에 99센트를 내면 매일 새 뉴스를 볼 수 있다는 이 신문은 이르면 내년 초에 나온다고 한다. 머독이 전하는 뉴스를 듣지 않고 사는 건 이제 거의 불가능해 진 듯하다.
다음 주에는 음료업체 와하하그룹을 창업해 중국 최대 갑부가 된 쭝칭허우(宗慶後)를 소개합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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