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샌델 지음∙이창신 옮김
정의에 대한 관심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전부터 있어 왔다. 동양의 정의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올바름’을 추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서양에서의 정의는 아리스토텔레스가 ‘각자에게 그의 몫을 주는 것’이라고 정의한 이래, 많은 사상가들이 ‘그의 몫’이 무엇이고 어떻게 정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를 중심으로 논의되어 왔다.
정의에 대한 동서양의 개념이 완전히 일치하진 않지만,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부정부패가 사라져 공정한 사회가 되고 경제적 결과물이 공정한 규칙과 절차에 의해 산출 및 배분된다면 올바른 사회, 정의로운 사회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정의로운 사회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힌트와 해답을 나는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얻을 수 있었다. 공동체주의를 대표하는 정치철학자인 샌델은 정의에 대한 공리주의와 자유주의의 입장에 반대하며, 공동체에 대한 의무감과 연대감, 덕목의 실천을 중심으로 한 공동선의 극대화를 통해 정의가 실현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자칫 딱딱하고 어려울 수 있는 정치, 철학적 내용들에 대해, ‘대리임신이나 안락사가 정당한가?’, ‘구제금융을 받은 기업의 직원에게 상여금을 주는 것이 옳은가?’, ‘마이클 조던의 엄청난 수입은 모두 그의 것인가? 그에 대한 과세가 부당한가?’, ‘지원병제가 징병제보다 더 옳은 것이라 할 수 있나?’ 등 다양하고 흥미로운 실제 사례들을 제시하며 논의한다. 이러한 사례를 읽으며 해법을 고민하다 보면 어느새 우리네 삶의 대부분이 ‘정의’라는 철학적 주제와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나는 대부분의 삶을 ‘보험산업’에서 일했다. ‘보험’은 위험을 느끼는 사람들이 하나의 단체를 구성하여 그 위험에 상응한 비용을 갹출해 공동의 준비재산을 만들고, 실제 사고가 생긴 사람에게 경제적 급부를 제공하는 제도이다. 샌델의 정의론에 따라 해석해 보면 오늘날의 ‘보험산업’은 ‘공동체에 대한 연대와 의무’, ‘공동선의 추구’라는 가치가 현대적 산업의 형태에 맞추어 발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30여 년간 보험이란 한 길을 꾸준히 걸어온 자신에 대한 높은 자긍심을 느꼈던 이유다.
보험업 뿐 아니라 우리나라 산업 현장에 있는 모든 이들이 샌델의 주장처럼 공동체를 위해 더 많은 선과 덕목을 실현한다면 우리가 그토록 강조하고 바라는 ‘상생의 시대’가 현실로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하상기 하나HSBC생명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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