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얼까. 난 무엇이 될까.”
20~30대 청춘 남녀 4명이 노래한다. 어릴 적에는 나중에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가지면 다 크는 건 줄 알았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도 앞은 여전히 뿌옇다. 반복되는 일상에 꿈은 흐려지고, 쥐꼬리만한 월급이 아쉬워 직장을 그만둘 용기도 없다. 정말이지 이 땅에서 “무엇이 될까”를 생각해보지 않은 젊은이가 있을까.
지난달 23일 개막한 소극장 뮤지컬 ‘엣지스’는 이런 청년들의 마음을 꿰뚫는다. 모서리 혹은 강렬함을 뜻하는 영어단어 ‘edge’의 복수형인 제목은 반어에 가깝다. 작품은 제목과는 달리 개성도 없고 뭐 하나 뾰족한 구석 없는 이들의 삶을 병렬적으로 나열한다.
배경은 뉴욕 소호 거리에 위치한 ‘엣지스’라는 바(bar). 드럼, 키보드, 베이스가 라이브로 연주하는 14곡의 노래들 사이로 젊은 군상의 모습이 펼쳐진다. “아침 7시에 밥도 못 먹고 한 시간을 걸어서 출근”하는 샐러리맨, “내 아기를 가졌다니, 난 정말 키울 자신이 없다”는 얼간이, 취집(취직 대신 시집가기)을 위해 날마다 선을 보는 여자, 면접관에게 거짓말을 늘어놓는 취업준비생 등. 누구라도 적어도 한 가지 모습에는 공감할 수밖에 없는 현실성이 이 작품의 생명이다.
‘엣지스’는 본래 송스루(song throughㆍ대사 없이 노래로만 연결되는) 뮤지컬이었다. 작품의 원작자인 벤제이 파섹과 저스틴 폴이 19세에 썼다는 노래들은 귀에 쏙 박힐 정도로 반짝반짝 빛난다. 과연 뮤지컬 ‘렌트’의 원작자 이름을 따서 만든 조나단 라슨상 최연소 수상자답다.
국내 제작사 쇼팩은 작품을 들여오면서 노래 사이사이에 이야기를 끼워 넣어 재창작 했다. 이때 배우들의 역할이 컸다. 작품이 다루는 연령대의 범주에 속한 배우 강필석(32), 최재웅(31), 최유하(29), 오소연(29)씨는 연습에 앞서 자신의 속이야기를 털어놓는 과정을 거쳤다. 그 내용은 온전히 대본에 반영됐다. 이들이 맡은 극 중 캐릭터의 모습은 그대로 그 자신 혹은 지인의 모습이었기에 현실감은 더욱 짙었다. 2005년 만들어진 이 작품이 시간과 공간의 이질감을 거의 느끼지 못하게 하는 것도 이런 데 연유한다.
하지만 에피소드가 너무 많아 산만한데다, 이음새가 매끄럽지 않은 점은 보완해야 한다. 관객과 소통하는 부분에서 시간을 허비해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문제도 있다. 눈이 파란 어머니들의 영상을 재생할 때는 어색하기 그지없다.
공자님 말씀 혹은 도덕적 위로는 힘이 없다. 세상 가장 힘있는 위로는 “나도 너와 함께 울고 있다”는 것. 이런 점에서 ‘엣지스’는 방황하는 젊은 영혼을 어루만진다. 그리고 말한다. “투명한 내일… 찾지 못해도 괜찮아. 그냥 숨을 쉬듯, 그저 숨을 쉬듯.”
대학로 더 굿 씨어터, 내년 1월 16일까지. (02)548-1141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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