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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경제는] 일본의 디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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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경제는] 일본의 디플레이션

입력
2010.12.10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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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물가하락세(디플레이션)에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일본정부는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해 연초부터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10월 중에도 소비자물가지수(신선식품 제외)가 0.6% 하락하여 지난해 3월 이후 20개월째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일본은행도 정부시책에 부응하여 최근에 5조엔 규모의 국채매입을 하는 등 시중에 적지 않은 돈을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씨티그룹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윌리엄 뷔터는 5조엔 정도로는 디플레의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보고 “일본이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헬리콥터로 100조엔 정도를 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이른바 ‘화폐 비(rain of money)’를 의미하는 것인데, 미국의 통화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통화정책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용어다. 디플레이션을 극복하는 데 감세나 재정지출 확대와 같은 재정정책은 효과가 불확실하거나 국회 동의 등 절차가 복잡해 자칫 시기를 놓칠 우려가 있으므로, 헬리콥터로 돈을 뿌리듯이 짧은 시간 내 시중에 충분한 돈을 공급하는 통화정책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100조엔은 엄청나게 큰 돈이다. 일단 금액 면에서 보면 100조엔(약1,400조원)은 일본에 이미 풀려 있는 돈(2009년 말 기준 화폐발행액 77조4,000억엔)보다 많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1년 국내총생산(2009년 기준 1,063조원)을 훨씬 초과한다.

도대체 디플레이션은 무엇이며, 물가가 하락하면 어떻게 되는 것이기에 일본이 이렇게 많은 돈을 일시에 쏟아 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디플레이션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과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불황 등을 들 수 있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이와 같이 혹독한 디플레이션를 경험한 적이 없어 실감이 잘 나지 않을 수도 있다.

얼핏 보기에는 물가가 내리니까 서민들의 형편이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물가 하락(기업 입장에서는 상품가격 하락)으로 기업의 수익이 감소하면 기업은 이를 보충하기 위해 근로자들의 임금을 삭감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가계의 소득과 소비가 감소하게 된다. 소비가 감소함에 따라 기업은 투자와 고용을 줄이게 되므로 가계의 소득과 소비는 다시 감소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또 물가 하락으로 실질금리가 상승하면 기업은 투자와 고용을 더욱 축소하게 된다. 이와 같이 물가가 하락하면 대부분의 국민들의 생활 형편이 나아지기 보다는 오히려 쪼들리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일본의 디플레이션 원인을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수요가 감소하거나 공급이 증가하는 경우에 물가는 하락한다. 먼저 수요(소비, 투자, 수출) 측면에서 보면, 1990년대 이후 일본의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근로자 임금이 하락하여 가계의 소비지출 확대는 단시일 내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여기에 신흥시장국의 부상으로 일본 내 여러 업종에서 기업들이 폐업하거나 사업장을 해외로 이전하여 국내 투자가 부진하다.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수요가 감소한데다, 엔화 가치의 상승은 수출가격을 높여 해외 수출마저 어렵게 하고 있다.

인구문제도 수요 감소의 원인 중 하나다. 일본 인구는 질적으로 고령화가 심할 뿐만 아니라 양적으로도 인구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 대부분 나라에서 인구 고령화는 일반적인 현상이지만, 인구 자체가 감소하는 나라는 아직까지 일본이 거의 유일한 실정이다.

공급측면에서도 일본의 디플레이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먼저 일본기업들은 국내외 시장에서 생산원가가 저렴한 신흥시장국과 경쟁하면서 상품가격의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또한 신흥국으로부터 저가 상품의 수입이 증가하자 물가가 하락하고, 여기에 엔화가치 상승으로 수입물가도 하락해 일본의 디플레이션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이와는 반대로 치솟는 물가(인플레이션)를 잡기 위해 지급준비율과 금리를 인상하는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경제가 디플레이션이나 인플레이션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천병철 한국은행 해외조사실 아주경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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