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과학기술계의 가장 큰 화두중 하나는 과학기술 거버넌스에 대한 논의였던 것 같다. 지난 여름 과학기술 출연 연구기관 발전 민간위원회에서 새로운 국가과학기술시스템 구축과 출연(연) 발전방안을 청와대에 보고한 이후, 토론회, 간담회, 언론보도 등이 봇물을 이루었다. 과학자들이 과기계 현안을 이토록 심도 있게 검토하고 토론한 것은 드문 일이 아닌가 싶다.
국가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강력한 조치로 과학기술계에서 염원하던 과학기술 컨트롤타워로서의 국과위 상설화 법안이 국무회의를 통하여 확정된 것도 과학기술계 종사자로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이번에 정부는 현재 자문위원회 형태의 국과위를 장관급 위원장으로 하는 대통령 소속 상설 행정위원회로 신설하고, 민간전문가 중심의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과 조정, 성과평가 등의 기능 수행을 통해 R&D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기능강화 법률을 확정 지었다.
당초에는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하여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행정위원회로 개편하고자 하였으나, 위원장이 장관급으로 변경된 것은 아쉽다. 그렇지만 대통령의 국가과학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한 것을 과기계에서는 높이 받아들이고 있으며, 실무적인 업무 진행을 위해 장관급 위원장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컨트롤타워 역할을 위해 각 부처가 얼마나 잘 협조하는가가 국과위 기능 정상화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관급 국과위가 과학기술 분야 리더십을 가지려면 R&D 예산 편성, 조정권을 확실히 부여 받아야 한다. 기존의 국과위가 예산의 배분 방향만 검토 심의 하였던 데에 비하여, 예산의 배분과 조정 역할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국과위와 교과부의 역할과 입지 정리도 필요하다. 국과위는 범부처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역할로서 R&D 예산 배분 조정, R&D 성과평가와 관리, 과학기술기본계획과 같은 범부처 계획수립과 범부처 기획을 하고, 교과부는 과학기술인력양성, 기초과학, 거대과학, 과학기술진흥 5개년 계획과 같이 교과부 자체 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기초과학과 인력양성과 같은 교과부의 기본 미션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으므로 교과부의 위상은 차별화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현재 일부에서는 과기부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으나, 지금 시점은 국과위 상설화를 통한 위상강화를 우선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사실 과기계에서 컨트롤타워에 대해 지금과 같이 한목소리로 국과위 상설화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하는 시점에서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다음에도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다음 정권에서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과학기술인들은 2년 이상을 또 기다려야 한다. 국과위 강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에 대하여 과학기술계는 대부분 동의하고 있으며, 이러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정부에서의 의지가 높은 지금이 국가 과학기술의 위상제고 실현을 위한 적기라고 생각된다.
아울러, 출연연 역할 정립과 개편문제가 남아있다. 출연연 개편과 관련해 가장 우선 고려되어야 할 사항은 일관된 정책과 제도가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출연연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혁신의 대상이 되어왔다. 더 이상 출연연의 고급 인재들이 외부환경에 흔들려서 연구에 몰입할 수 없는 일이 생기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
김명수 (대덕연구개발특구기관장 협의회 회장/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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