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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루쉰전집' 루쉰 전집 전20권으로 출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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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루쉰전집' 루쉰 전집 전20권으로 출간된다

입력
2010.12.10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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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중국의 대표적 사상가이자 중국 현대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루쉰(魯迅ㆍ1881~1936)의 전집이 처음으로 국내 출간됐다. 유세종(한신대), 공상철(숭실대), 이주노(전남대), 김하림(조선대), 홍석표(이화여대) 교수 등 중문학자 13명으로 구성된 루쉰전집번역위원회가 펴내는 <루쉰전집> (그린비 발행)이다.

중국 런민문학출판사가 발간한 <루쉰전집> 의 1981년판과 2005년판을 토대로 번역한 이번 전집은 루쉰의 소설을 비롯해 산문, 신문이나 잡지 등에 발표한 글, 서신, 일기 등을 빠짐없이 싣는다. 2015년까지 총 20권으로 완간될 전집 가운데 1차분인 1, 2, 7권이 최근 출간됐다.

1권(584쪽)은 전통적 인습에 얽매인 보수주의자들을 풍자ㆍ비판한 잡문집 <무덤> 과 <열풍> 을, 2권(416쪽)은 '아Q정전' '고향' 등이 수록된 소설집 <외침> 과 <방황> 을 실었다. 7권(816쪽)은 만년의 루쉰이 1930년대 국민당 정권의 탄압 속에서 집필한 글들을 모은 <거짓자유서> <풍월이야기> <꽃테문학> 을 소개하고 있다.

유세종 교수는 "일본은 물론 독일, 프랑스 등 전 세계적으로 출간된 루쉰전집이 우리에게는 없다는 것 때문에 늘 빚진 기분이었다"며 "루쉰전집조차 번역해내지 못하면 많이 부끄러울 것 같다고, 죽기 전에 해놓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이 모였다"고 말했다. 2007년 6월 번역위원회를 꾸린 13명의 학자들은 각 문집별로 나눠 책임번역했고, 매월 정기모임을 통해 토론하고 의견을 조율해왔다.

역자들은 국내에서 민주화운동 과정을 통해 부각된 혁명가이자 국민성 개조를 주장한 문화운동가로서의 루쉰의 모습뿐 아니라, 판화 운동을 주도한 시각예술인이자 시인 등 그의 전모를 고루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또한 루쉰의 글이 당시 중국의 복잡한 시대 상황에 대한 이해 없이는 읽기 힘든 만큼, 한국의 젊은 독자들의 시각에 맞춘 독창적 주석을 다는 데 정성을 쏟았다. "'아Q정전'만 아는 대학교 1, 2학년 학생들이 아무 곳이나 펴놓고 읽어도 이해가 되도록 해보자고 생각했다"는 게 유 교수의 설명이다.

루쉰이 국내에 처음 소개된 것은 1927년이다. 중국 유학생 류기석이 잡지 '동광'에 소설 '광인일기'를 게재한 것을 시작으로 1930년대 초까지 여러 편의 작품이 소개됐다. 그러나 중일전쟁으로 중국 현대문학 번역이 제약을 받기 시작했고, 1949년 중국과의 국교 단절 이후에는 반공 이데올로기로 인해 접근이 완전히 차단됐다.

하지만 군사정권 시절에 최근 작고한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와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등 저항적 지식인들에 의해 그의 삶과 사상이 언급되면서 다시 주목받았고, 1980년대 후반 이후에는 루쉰의 책들이 쏟아져 나오며 대중화가 이뤄졌다.

번역위원회는 전집 서문에서 "루쉰 없이 중국의 5ㆍ4를 논할 수 없고 중국 현대혁명사와 문학사와 학술사를 논할 수 없다. 그는 사회주의혁명 30년 동안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성역으로 존재했으나 동시에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의 성역을 타파하는 데에 돌파구가 되었다. 루쉰의 필사적인 싸움의 근저에는 생명과 평등을 향한 인본주의적 신념과 평민의식이 자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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