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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황량한 시멘트 바닥, 곰에게는 감옥이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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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황량한 시멘트 바닥, 곰에게는 감옥이었을지도

입력
2010.12.10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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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서울대공원에서 7살 먹은 30kg의 말레이곰이 청소하려고 열어놓은 문으로 빠져나가 인근 청계산 쪽으로 도망을 갔다고 한다. 대공원 측은 사냥개들을 풀고 마취 총을 가지고 그 곰을 며칠째 쫓고 있지만 아직은 잡지를 못했다고 한다. 어제 저녁 뉴스에 보니 이제는 추격하지 않고 달콤한 와인과 좋아하는 먹이로 유인하기 위하여 덫을 놓는다고 한다.

약 20년 전에 영국의 한 작은 마을에서 돼지들을 싣고 도살장으로 달리던 트럭에서 돼지2마리가 극적으로 탈출한 적이 있다. 돼지농장 주인은 지역 경찰들과 포수들을 앞세우고 총을 들고 그 돼지들을 추격하였다. 그때까지도 영국인들은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뉴스에만 귀를 기울였다. 그 뉴스는 시민들의 안방까지도 생생하게 전달되었다.

그런데 그 돼지들이 바다같이 넓은 호수로 뛰어들어 필사적으로 헤엄쳐나가자 영국 시민들은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그 돼지들을 살리라. 더 이상 추격하지 말라. 그 동물들에게도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결국 그 농장주인은 돼지추격을 포기했다.

TV에 보인 서울대공원 곰 사육장을 보니 곰이 필사적으로 도망칠만한 시멘트 감옥이었다. 아프리카 초원 같은 동물원은 꿈도 못 꾼다 치더라도 어느 정도는 자연의 숲을 느끼도록 해주어야 하는데 관리하기 편하자고 온통 시멘트로 발라놓은 것이다.

동물원 관계자들이 얼마나 동물을 아끼고 사랑하는지 잘 안다. 더 나은 환경을 갖춰주고 싶고 더 잘 보살피고 싶을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지원 등 여러 여건이 그들의 바람을 뒷받침해주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하자. 동물들이 불행해지면 그 동물들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마음도 황량해진다는 것을.

김옥경(한국자연의친구들 대표, 전 청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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