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30일부터 나흘간 미국에서 진행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결과는 사실상 미국의 완승. 협상을 이끌었던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미국에서 개선장군이 됐다. 우리로선 받아들이고 싶지 않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변호사 출신인 커크 대표는 1995년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흑인으로는 처음으로 민선시장에 선출됐다. 탁월한 시정 운영 능력을 인정받아 2001년까지 연임. 이 시절 그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열렬한 지지를 보내 자유무역주의자로 널리 알려졌고, 때문에 2008년 12월 USTR 대표에 내정되자 의회와 언론에선 “어떤 식으로든 정체된 한미 FTA를 진전시킬 것”이란 관측을 내놓았다. 이 전망은 결국 적중한 셈이다.
그는 ‘끈질긴 협상력’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미 언론들은 “댈러스 시장 시절 소란스럽기로 유명하던 시의회와 댈러스 교육위원회의 이견을 참을성 있게 들어가며 조정했고 여기서 더 나아가 주변에 공감대까지 확산시킨 특출한 능력의 협상가”로 평가했다.
실제로 나흘 담판의 승자가 된 데에는 특유의 솔직함도 한몫 했다는 평가다. 국내 한 통상 전문가는 “커크 대표는 시의적절하게 그의 속 마음을 대중에 내비쳤다”며 “이것이 그의 협상력에 날개를 날아줬다”고 평가했다. 실제 협상 도중 한국의 협상팀이 입을 굳게 다무는 동안 그는 간간히 협상 분위기를 공개해 대조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런 성격 때문인지 공동 발표하기로 한 협상 결과가 미국에서 앞서 보도돼 ‘외교적 결례’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우리 통상당국 입장에서 커크 대표는 상당히 껄끄러운 상태다. 그런데 그는 한미 FTA 재협상을 통해 개선장군이 됐음에도, 여전히 ‘배가 고프다’는 태도다. 그는 기회가 닿는 대로 “미국 쇠고기의 한국시장 재진입을 희망한다”고 밝히고 있다. 어쩌면 머지않아 우리나라는 또 한번 협상테이블에서 그를 상대해야 할 지 모를 일이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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