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10일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의 4대강 사업 관련 발언(본보 9일자 37면)에 대해 ‘궤변’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사제단은 이날 ‘추기경의 궤변’이라는 성명에서 “이렇게 노골적으로 정부를 편드시는, 혹은 그래야만 하는 남모르는 고충이라도 있는 것인지 여쭙고 싶다”며 “최근 언행이 생명과 평화라는 보편 가치에 위배되고 사도좌의 가르침마저 심각하게 거스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추기경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주교단은 4대강 사업이 자연파괴와 난개발의 위험이 보인다는 뜻을 밝혔을 뿐 반대한다는 소리는 하지 않았다”며 “4대강 사업이 발전을 위한 것인지 파괴를 위한 것인지는 자연과학자들이 다룰 문제로, 종교 분야는 아니다. 결국은 결과를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제단은 ‘주교단이 4대강을 반대한 게 아니다’라고 한 정 추기경의 발언에 대해 “주교회의의 결정을 함부로 왜곡했다”고 반발했다. 사제단은 “주교회의는 4대강 사업 초기부터 전문가들의 다양한 견해를 여러 차례 경청하는 등 깊이 검토하고 논의했다”며 “추기경은 주교회의의 분별력을 경시했고 판단행위마저 부정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사제단은 이어 “4대강 공사 때문에 빚어진 교회 분열의 가장 큰 책임은 추기경에게 돌아간다는 말씀을 드려야겠다”며 “작년 말 정부가 4대강 공사를 기습 강행하면서 찬반 양론에 시달리던 교회는 춘계 주교회의 결의 이후 빠른 속도로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으나 지난 7월 추기경의 (4대강 사업에 종교 개입 반대) 발언이 나오면서 신자들은 다시 우왕좌왕했고 찬반 진영의 갈등이 심화된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사제단은 성명에서 “정부가 예비타당성 조사 등 법이 규정해둔 절차와 과정을 대부분 건너뛰거나 무시한 것은 삼척동자까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추기경께선 이런 점을 아니 보시고 양들의 침묵을 바라시니 어찌된 셈판인가”라며 “시중에 나도는 4대강 ‘난개발’과 명동성당 ‘불법 개발’이 한통속이라는 소문이 자꾸만 솔깃하게 들린다”고 말했다. 사제단은 “추기경이 대중의 흥분을 누그러뜨리지 않고 미움이나 부추기는 골수 반공주의자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으니 이는 교회의 불행”이라며 “오늘의 시름에서 벗어날 길이 보이지 않아 막막하다. 부디 사제들의 충정을 헤아려주길 청한다”며 성명을 끝맺었다.
4대강사업국민적논의위원회(위원장 도법 스님)에 참여하고 있는 불교, 개신교, 원불교 인사들은 이날 한나라당의 4대강 예산을 포함한 내년 예산안 단독처리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위원회는 4대강 문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 내년 예산에 반영한다는 목표로 조계종 화쟁위원회의 주도로 지난달 발족한 논의기구로 3개 종교 관계자들과 여ㆍ야 정치권, 정부, 시민단체가 참여해왔다.
불교 조계종 도법 스님, 법안 스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국장 이훈삼 목사, 원불교 문화사회부 조성천 교무 등 위원들은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여당의 행동은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외면하는 독선적이고 오만한 처사”라고 비난하고 “종도들에게 정부 여당의 부당함에 대해 지속적으로 알려나가겠다”고 밝혔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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