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x 92.7㎝, 캔버스에 유화, 1915~1920년작, 뉴욕현대미술관 소장.
눈이 하얗게 도시를 덮고 있는 황량한 겨울, 어깨에 자루를 메고 손에는 지팡이를 쥔 남자가 허공을 날고 있다. 마을의 가로등도 하늘 위의 남자처럼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다. 러시아 비테프스크의 가난한 유대인 정착촌에서 태어난 샤갈은 방랑하는 유대인의 숙명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러나 참혹한 현실마저도 샤갈의 캔버스 위에서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모습으로 형상화됐다. 그리고 이 이미지는 ‘눈은 수천수만의 날개를 달고/ 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 지붕과 굴뚝을 덮는다/…/ 밤에 아낙들은/ 그해의 제일 아름다운 불을/ 아궁이에 지핀다’로 이어지는 김춘수 시인의 유명한 시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의 모티프가 되었다.
샤갈은 이 그림을 여러 버전으로 그렸는데, 이번에 전시되는 뉴욕현대미술관(MoMA) 소장 작품이 가장 완성도가 높고 중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MoMA가 한국에서 열리는 전시에 소장 작품을 대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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