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당시 합동참모본부가 미군에 전투기 폭격을 건의(본보 10일자 1ㆍ3면)했는지를 놓고 군 안팎에서 진실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2일 "전투기가 폭격하는 행위 자체는 한미연합사령부와의 협의 사항"이라며 "합참이 미군의 의견을 무시하고 단독으로 폭격에 나설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한국 공군도 연평도 상공에서 북한을 향해 미사일을 쏘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폭격 능력과 실제 행위는 별개" 라며 "한미 간에는 실시간으로 상황을 공유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협의라는 말에는 승인이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의미가 있기 때문에 당연히 서로 충분하게 의견을 물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합참의 판단에 따라 공군 전투기가 연평도에 즉각 출격한 뒤 폭격 여부를 놓고 한미가 다양한 경로를 통해 협의했고 그 결과, 폭격을 하지 않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한미 군 당국은 보도 내용과 사실을 왜곡하며 발뺌하는 데 급급한 모양새다. 미군은 10일 해명자료를 통해 "한국군이 폭격에 대한 허가를 요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수평적 관계에서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고 토의하는 건의가 아니라 수적적 관계에서 보고와 승인을 거치는 허가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합참은 같은 날 공식자료를 통해 "미군과 정보를 공유했지만 전투기 폭격을 협의하거나 폭격을 건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9일 본보의 취재에 대해 "미군과 긴밀하게 협의한 것은 맞지만 폭격에 대한 의견을 구하지는 않았다"며 소극적으로 해명한 것에서 입장을 바꿨다. 한미가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서도 협의하지 않았다는 게 무슨 말인지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한미연합권한위임사항(CODA)에 대한 설명도 석연치 않다. CODA는 평시에 미군이 갖는 권한으로 전투기 폭격은 전면전 비화 가능성 때문에 CODA에 규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합참은 "CODA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당시는 평시(데프콘4)였기 때문에 전투기 폭격은 한국군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시작전을 지휘하는 연합사령관을 미군이 맡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군이 미군의 협조 없이 전면전의 부담을 감내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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