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김무성,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백봉신사상을 수상한 지 하루 만에 상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두 원내대표는 7일 정치부기자들이 가장 신사적이고 우수한 의정활동을 펼친 국회의원들을 선정해 수여하는 상을 동료 의원 9명과 함께 받았다. 하지만 두 원내사령탑은 8일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난투극을 벌인 여야 의원들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맡아 비판을 받고 있다. 시상식 당일에도 김 원내대표는 박 원내대표의 손을 잡고 “10일 정도에 백봉신사상 기념사업회에서 시상 취소 통보가 오지 않을까 한다”면서 사실상 국회 폭력 사태를 예견했다.
사실 두 원내대표는 지난 5월 여야 사령탑으로 선출된 뒤 대화와 타협을 통한 상생정치의 꽃을 피우기 위해 노력해왔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각각 정치를 배운 두 사람은 세종시법과 상생법 및 유통법 등을 놓고 여야가 대립할 때마다 정치력을 발휘했다. 두 사람 모두 풍부한 정치경험을 갖고 있는데다, 선이 굵은 김 원내대표와 치밀하고 꼼꼼한 박 원내대표의 스타일이 서로를 보완 작용을 하면서 “정치가 살아나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두 원내대표의 상생정치는 끝내 예산안 정국의 고비를 넘기기 못했다. 여야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4대강 사업 예산에서 이견을 전혀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이를 놓고 두 원내대표의 관계에 금이 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콤비플레이를 펼쳤던 두 사람이 냉각기로 접어들면서 여야 대립이 한층 고조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편 박 원내대표는 여당의 예산안 강행처리를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원내대표직 사의를 표명했으나 반려됐다. 손학규 대표는 의총에서 “박 원내대표가 개인적으로 책임질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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