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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수길 걷기] <12> 진탄나루~문산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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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수길 걷기] <12> 진탄나루~문산나루

입력
2010.12.0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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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수길을 찾아가는 길, 고속도로에선 눈발이 날렸다. 하지만 정작 동강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강의 따뜻한 기운을 이기지 못했는지 눈구름이 넘어오질 못했다.

이번 아리수길 12코스는 평창에서 시작해 영월로 넘어간다. 진탄나루가 있는 평창군 미탄면 마하리가 시작점이고 달운재를 넘어 만나는 영월군 영월읍 문산리 문산나루가 종착점이다. 이날 아리수길 답사엔 대학생들이 함께 해 추운 날씨의 트레킹이 외롭지 않았다. 한국방문의해위원회가 운영하는 ‘미소국가대표’ 활동을 하는 학생들이다. 6개월 동안 ‘당신의 미소로 한국을 선물하세요’란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내국인의 환대서비스를 높이기 위해 무보수로 봉사하는 이들이다. 한국을 적극 알리려면 내 나라에 대해서도 더 많이 알아야겠다는 취지에서 이번 아리수길 답사에 동행했다.

진탄나루가 있는 마하리 마을에서 걸음을 시작했다. 경사진 밭에선 지난 가을 베어내지 못한 옥수수대가 바싹 말라가고 있다. 정오의 햇살인데도 빛이 많이 뉘었다. 동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짧은 마을길을 벗어나 바로 이어진 산길. 달운재를 넘는 고갯길이다. 오르막이 쉼 없이 이어진다. 쉴 새 없이 재잘대며 뒤따라오던 대학생들도 조금 지나자 모두 입을 닫았다. 거침 숨소리들만 등을 쫓아왔다. 종아리가 뻐근해질 무렵 능선에 올라섰다. 능선을 따라 왼쪽으로 500m 가량 가면 땀봉이 있음을 가리키는 이정표를 만났다. 강가에 비죽 솟은 땀봉(447m)은 동강을 굽어보는 훌륭한 전망대다. 하지만 이번 코스는 땀봉을 그냥 지나친다. 능선 건너편인 달운마을로 가는 길이 이번 코스다.

낙엽 수북한 오솔길을 휘적휘적 걸어 내려가자 달운마을이 나타났다. 마을이라곤 달랑 두 채의 집뿐이다. 그나마 아래쪽의 집은 폐가다. 길 옆에 있어 빈 집의 내부를 둘러보았다. 황토와 나무로 지어진 전형적인 산골 오두막이다. 사람의 체취가 언제부터 끊겼는지 집은 다 스러져간다. 귀퉁이가 삭은 함석지붕이 바람에 들썩이며 을씨년스러운 소리를 낸다. 부엌의 가마솥은 누가 다 떼어갔는지 부뚜막이 다 내려앉았다. 덕분에 부뚜막에서 방바닥으로 이어지는 구들의 구멍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폐가를 나와 억새가 손짓하는 방향으로 길을 따라가니 동강이 나타났다. 물은 멈춘듯 고요했고 쨍한 겨울의 태양을 받아 반짝였다.

강 옆으로 이어지던 길이 다시 산쪽으로 꺾여 들어갔다. 산으로 빼곡하게 둘러싸여 깊은 그늘을 안고 있는 이곳에도 집들이 두어 채 들어앉았다. 어떤 연유가 있어 이 깊은 오지까지 찾아들어 살고 계신걸까. 강가는 따뜻했지만 응달은 차가웠다. 용감하게도 핫팬츠와 스타킹을 신고 온 우지혜(숙명여대 언론정보학과 2년)씨는 “산책인줄 알고 가볍게 생각하고 왔는데 산골의 겨울이 춥긴 춥다”며 목을 움츠렸다. 길은 휘휘 산기슭을 타고 올라 다시 강가로 나왔다. 이번엔 동강이 눈 아래 펼쳐진다. 높은 시야에서 굽어본 동강의 물빛이 비취색이다. 정은석(건국대 신문방송학과 3년)씨는 “동강래프팅을 해본 적 있는데 그 강을 걸어서 만나니 또 다른 느낌”이라며 “강물이 이렇게 예쁠것이라 기대하지 않았는데 물색이 너무 곱다”고 했다.

최진성(경기대 관광개발학과 4년)씨와 김두리(서강대 국문과 3년)씨도 “오랜만의 여행이라 행복했고 이처럼 동강을 굽어보는 탁트인 풍경에 마음도 함께 트이는 것 같다”고 좋아했다.

곧 문산나루에 이르렀다. 문산나루는 동강래프팅이 가장 많이 시작되는 곳이다. 이곳에서 출발한 보트는 동강래프팅의 하이라이트인 어라연을 지나 래프팅 종착점인 만지나루터에 이른다.

문산나루에 서서 조약돌을 하나 쥐곤 물수제비를 떠봤다. 차가워진 겨울 동강은 마치 젤리처럼 돌을 튕겨낸다. 한 명이 시작한 물수제비에 모두들 달려들었다. 힘찬 돌팔매질에 매서운 추위를 잊었다.

영월=글ㆍ사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여행수첩/ 아리수길 12코스

아리수길 12코스는 강원 평창군 미탄면 마하리 진탄나루에서 시작해 달운재를 넘어 영월군 영월읍 문산나루로 내려온다. 중간에 달운마을을 지나고 동강변을 스친다. 2.5km 거리이고 1시간30분 가량 걸린다.

마하리 진탄나루까지는 영동고속도로 장평IC에서 나와 31번, 42번국도를 갈아타고 평창읍 미탄 등을 거치는 것이 빠르다.

진탄나루로 가는 길목인 미탄면에 있는 대림장식당은 막국수로 유명한 곳이다. 물막국수 5,000원, 비빔막국수 6,000원이다. 편육(1만원)도 곁들일 만하다. (033)332-3844 승우여행사는 아리수길 12코스 답사를 내년 1월 15일에 진행할 계획이다. 오전 7시 서울 광화문에서 출발해 당일로 다녀오는 일정이다. 참가비 4만5,000원. 교통비, 점심식사 등이 포함됐다. (02)720-8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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