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비는 미인의 대명사다. 양귀비가 현종의 총애를 받기 전 하루는 정원에 나와서 꽃잎을 만지면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있었다. 그런데 꽃잎이 금방 떨어져 버리고 푸른 잎이 오그라드는 게 아닌가? 이 모습을 본 궁녀가 만나는 사람마다 양옥환(양귀비의 이름)이 꽃보다 아름다워 꽃도 그녀를 보고는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고 말하였다. 그래서 양귀비를 꽃님도 부끄러워한다는 뜻인 수화(羞花)라고 형용한다. 사실 이때 양귀비가 만진 것은 함수초(含羞草) 즉 미모사였다고 한다. 이 소문은 현종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고 만나고자 하였다. 양옥환이 단장을 한 후 현종을 배알하니 과연 천하일색이었다. 얼마 되지 않아 귀비에 책봉하였다.
양귀비의 닭이라는 뜻인 구이페이지(貴妃鷄)는 상하이의 유명한 요리다. 1920년대 말에 타오러춘(陶樂春)이라는 음식점이 있었는데 그곳의 주방장이 경극배우 메이란팡(梅蘭芳)이 양귀비로 나왔던 ‘양귀비 술에 취하다(貴妃醉酒)’라는 경극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본래는 겨울 음식이었는데 지금은 개량하여 사시사철 모두 먹는다. 집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요리다.
우선 닭날개를 뜨거운 물로 잘 씻는다. 그 다음 생강과 파를 기름에 볶다가 약간의 설탕과 닭날개를 넣고 센 불에서 눋지 않도록 볶는다. 그리고 물을 충분히 붓고 표고버섯을 넣은 후 은근한 불에 오래도록 끓여야 향이 제대로 나온다. 그래야 콜라겐도 충분하게 나온다. 그런 후에는 소흥주 등을 넣어 맛을 낸다. 요리가 식어도 맛있고 닭과 표고버섯 국물이 스며든 파도 맛있다.
이 요리에는 또 이런 전설도 있다. 하루는 당 현종과 양귀비가 술에 잔뜩 취해 있었는데 양귀비가 애교를 떨면서 “전 하늘을 날고 싶어요”라고 하였다. 현종은 사랑하는 여인이 ‘하늘을 나는 것’을 먹고 싶다고 한 줄 알고 수라간에 명하여 이 요리를 내오라고 명령하였다. 그러자 수라간에서는 이런 음식이 도대체 뭔가 하고 난리가 났다. 이런 와중에 조리사 한 사람이 기지를 발휘하여 무릎을 치면서 “아, 날개야. 그걸 푹 삶으면 될 게 아니겠소?” 사람들은 그럴듯하다고 여겨 닭날개로 음식을 하여 올렸다. 맛, 색, 향, 모양이 모두 갖추어져 그럴듯하였다. 이때 양귀비는 이미 술이 깨어서 앞에 놓인 음식을 먹으면서 연신 “맛있다”고 외쳐댔다. 양귀비가 좋아한 이 음식은 그래서 귀비의 닭이라는 뜻인 ‘구이페이지’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salang@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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