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의 국립 모자(母子)병원에서 한국에서 온 청년봉사단을 만났다. 많은 환자와 가족들로 시끌벅적한 이 병원에는 한국국제협력단 (KOICA)의 해외봉사단으로 일하는 협력의사 3명과 간호사 등 우리 젊은이 11명이 일하고 있다. 모두가 밝은 모습으로 자신들이 가진 열정과 기술로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협력의사 중 한 사람은 라오스에 많은 유전성 질환인 지중해 빈혈(Thalassemia)로 고생하는 어린이를 위해 작은 수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라오스인 병원 책임자는 필자에게 이를 자랑스럽게 설명하기도 했다.
개발협력사업에 열정 쏟아
라오스에서는 이 밖에도 수도 비엔티안과 주변 지역을 중심으로 한국과의 다양한 협력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학교를 보수하거나 신축하는 교육투자 사업과 농촌지역의 관개수로 구축, 도로건설 등의 농업생산성 향상 사업 등이 주종을 이루고, 상수도 보급 사업도 시행되고 있다.
라오스와 같이 국민의 69 %가 농업에 종사하는 국가에서는 정보통신이나 산업분야에 비해 교육과 농업 분야에 대한 지원이 더 높은 적실성을 갖는다. 비엔티안 인근의 방비엔 지역에는 한국의 지원으로 소수민족을 위한 학교가 문을 열었다. 이 학교는 현지의 국제공여기구가 2010년 가장 성공적인 공적 원조사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라오스를 비롯한 해외에서의 여러 성공사례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국제 개발협력사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다음의 노력들이 요구된다. 먼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변한 우리의 경험이 아무리 자랑스럽다 해도, 이를 다른 나라에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공적 개발원조가 성공하려면 현지 정부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그 나라의 개발정책에 부합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원조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각 국가 별로 중장기 계획을 마련하고 그에 따라 체계적인 원조를 해야 한다. 그리고 시행된 사업에 대해서는 그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런 평가를 통해 개발원조의 타당성을 검증하고 더욱 바람직한 방향을 찾는 지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지원하고 있는 개발도상국들의 여러 사정에 정통한 전문가들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동시에 이미 존재하는 개발협력 분야의 전문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앞으로 개발협력 사업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노력해야 할 것은 지속가능성이다. 개발도상국의 빈곤층에게 한 끼의 식량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역량을 개발하는 것을 지원해야 한다. 성공사례로 선정된 학교나 병원과 같이 기반시설을 구축하고 동시에 관리 및 운영이 자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최첨단 기술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 현지 사정에 맞는 적정한 기술을 이전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글로벌 인재 양성에 도움
공적 개발원조 사업은 개발도상국에만 혜택을 주는 것은 아니다. 필자가 만난 라오스 청년들처럼 봉사활동을 통해 한국의 젊은이들이 타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자기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울 수 있다면 값진 투자가 될 것이다. 나아가 한국과 세계를 이끌어 갈 글로벌 인재 양성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공적 개발원조는 한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한 투자라고 할 수 있다.
봉사단 젊은이들과 헤어지기에 앞서 점심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현지 숙소나 음식 등에 대한 어려움도 많지만 꿋꿋하게 생활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2년간의 봉사활동을 마치고 귀국할 때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기를 기대한다.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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