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 국무부 외교전문에 따르면 미국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나이로비 대사관은 지난해 1월 전문을 통해 "중국이 무기와 탄약, 군수보급품은 물론 군복을 만들 옷감까지 부패한 케냐 정부에 제공하고 있다"며 "케냐는 이를 통해 소말리아 군부를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영국 가디언이 8일 보도했다. 아프리카에서 중국의 입김 강화로 미국의 입지가 좁아질 것에 대한 우려도 내놓았다. 전문은 "케냐에서 석유나 천연가스가 발견될 경우 중국의 개입은 더욱 빨라질 것"이라며 "케냐 정부는 중국을 등에 업고 개혁을 요구하는 미국에 등을 돌릴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의 값싼 '가짜' 상품들이 물밀듯이 밀려와 이 지역 미국 시장을 직접 갉아먹고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올해 2월 나이지리아 라고스서 작성된 또 다른 전문에서는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시작하면 미국의 걱정은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추가로 공개된 외교전문엔 주로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평가가 많았다. 미국은 케냐에 대해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 문화가 뿌리 깊어 대대적 개혁이 불가능하고 만연한 부패로 2012년 대선을 전후로 과격 폭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사야스 아페웨르키 에리트리아 대통령은 '미치광이' '잔인하고 위협적인' 인물이어서 "모든 분야를 직접 통제하는 독재로 인해 국민은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로베르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은 "노쇠한 미친 늙은이라는 평가와 여전히 건강하고 매력적인 지도자라는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이라고 밝혔다.
또 세계 최대 에너지기업인 로열더치셸이 나이지리아 정부 핵심 부처에 자기 사람들을 심어놓고 모든 정부 정책을 미리 파악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은 "앤 피카드 쉘 부사장이 '우리가 사람을 심어 놓은 것을 나이지리아 정부는 망각했다'고 말했으며 나이지리아 정부의 일거수일투족을 손바닥 보듯 한다고 자랑했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미국이 우간다 정부에 "전쟁범죄를 저지르려면 먼저 알려달라"고 요구한 사실도 새로 드러났다. 가디언은 "미국은 그러나 전쟁범죄를 막으려고는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마크 아비브 호주 연방정부 장관이자 집권 노동당 중진 상원의원이 수년간 미국 측에 호주 정치권 및 정부의 주요 정보를 제공해 온 사실도 공개됐다.
한편 7일(현지시간) 미 국방부의 요구를 받고 외교전문 보도를 잠정 중단했던 뉴욕타임스는 8일부터 보도를 재개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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