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가운데 타당성이 부족한 사업이나 불요불급한 항목, 중복 또는 과잉투자, 선심성 예산을 가려내 삭감하는 것이 예산국회의 임무이다. 그러나 폭력 난장판 속에 여당 단독으로 내년도 예산안을 강행 처리한 이번 예산국회가 그 임무를 다했을 리 만무하다. 상임위 차원의 심의도 부실했지만 예산결산특위의 계수조정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날치기 처리됐으니 부실을 새삼 거론하는 것조차 부질없다.
그 와중에도 유력 국회의원이나 예결특위 관련 의원들은 지역구 예산을 최대한 챙겨갔다니 기가 막힌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지역구 예산 증액은 눈총을 받을 만하다. 이 의원의 지역구인 포항과 울릉도 관련 예산은 당초 정부 제출 예산보다 1600억 원 가량이 증액됐다. 이 의원은 이명박 정부 첫 해인 2008년도 예산국회에서도 전년 대비 95%나 늘어난 지역예산을 챙겨 '형님 예산' 논란을 불렀다. 포항 울릉지역만이 아니고 낙후된 동해안 지역의 SOC확충 등에 들어가는 예산이라고지만 눈에 확 띄게 늘어난 예산은 '형님'의 힘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박희태 국회의장, 송광호 국토해양위원장, 이주영 예결특위원장 등도 수십억에서 수백억 원씩 지역구 예산을 늘렸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사이 좋게 지역구 예산을 늘렸고, 여야의 계수조정소위원들도 몫을 챙겼다. 국회 내 지위가 지역 예산을 늘리는 데 작용했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지난해 예산국회에서는 4대강 예산을 둘러싼 갈등으로 2010년도 예산안을 한 번도 제대로 심의하지 못했으면서 정부로부터 9,000억 원을 별도로 받아 여야가 지역 예산으로 사이 좋게 나눠가졌다고 한다.
국민 혈세인 예산은 한정된 재원이다. 다양한 분야와 계층, 지역의 이해와 요구를 최대한 조화시켜 배정해야 한다. 정치실세나 예산 심의에 영향력이 큰 인사들이 자기 몫부터 챙긴다면 공정사회의 기치와는 거리가 너무 멀다. 정부 예산낭비를 철저하게 감시하길 바라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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