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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카드 수수료, 안 내리나 못 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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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카드 수수료, 안 내리나 못 내리나

입력
2010.12.09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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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체크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진통을 겪고 있다.

최근 수년 간 체크카드 이용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체크카드 수수료는 아직도 전세계 최고 수준.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이 이 문제를 제기하자 금융당국은 0.2%포인트 정도의 수수료 인하를 추진했지만 이조차 관련업계의 반발로 도입이 차일피일 늦어지고 있다.

체크카드 수수료, 신용카드와 별 차이 없어

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카드 가맹점 평균 수수료율은 신용카드 2.22%, 체크카드 1.92%다. 체크카드와 신용카드가 큰 차이가 없는 셈. 영세사업자나 재래시장, 골프장, 항공업 등 일부 업종의 경우는 아예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수수료가 동일하다.

반면 주요국의 직불카드 수수료는 대부분 1% 미만으로 신용카드 수수료와 큰 차이가 난다. 북미와 유럽 주요 12개국 중 직불카드 수수료가 1%를 넘는 국가는 스페인뿐이고, 8개 국가는 직불카드 수수료가 아예 없거나 0.5% 미만이었다. 영국 호주 등은 직불카드 수수료를 결제금액 대비 일정 비율이 아니라 건당 정액제로 부과하고 있어 가맹점 부담이 더욱 낮다.

심지어 덴마크, 독일, 캐나다 등의 경우는 비밀번호 입력 방식 직불카드 결제 시 아예 수수료가 없다. 미국의 경우 비밀번호 입력 방식 대신 서명식 직불카드(우리나라의 체크카드에 해당)로 결제 시 가맹점 수수료가 1.75% 가량으로 상당히 높았지만, 역시 우리나라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대손 위험 없으니 내려라” vs “인하 여력 없다”

국제적으로 직불카드 수수료가 신용카드 수수료에 비해 크게 낮은 이유는 명백하다. 외상거래이기 때문에 떼일 위험이 있는 신용카드와 달리, 체크카드는 ▦계좌에서 대금이 직접 인출되기 때문에 대손위험이 없고 ▦카드사가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카드사들은 그 동안 수 차례 신용카드 영세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을 단행한 탓에 더 이상 인하여력이 없고, 체크카드도 신용카드처럼 다양한 할인혜택 등을 제공하기 때문에 수수료를 인하할 수 없다고 말한다. 카드사들은 연간 30%대의 폭발적 증가세를 보이는 체크카드 시장을 신용카드에 이은 ‘블루오션’으로 보고 마케팅을 강화하는 추세다.

그러나 체크카드는 신용카드와 달리 연회비도 없으므로, 소비자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려면 가맹점에 전가하는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가맹점은 최종 물품가격을 결정할 때 가맹점 수수료를 원가로 포함시키게 된다. 결국 물가가 상승하고 소비자들도 큰 혜택을 받지 못한다. 수수료 수입을 통해 큰 이익을 보는 것은 카드사뿐인 셈이다.

당국의 강력한 인하 의지 필요

이 같은 이중적 시장구조 때문에 외국에서도 카드 수수료는 시장에 맡겨두지 않고 정부가 직접 규제하는 것이 보통이다. 호주도 10년 전에는 우리나라처럼 신용카드 사용비중과 수수료가 높았으나, 중앙은행이 2000년부터 순차적으로 수수료 상한규제를 도입한 후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1% 미만으로 떨어지고 직불카드 결제가 급증하는 등 완전히 달라졌다. 특히 직불카드 정산수수료는 2006년부터 거래 건당 0.12달러의 정액제로 바꾸었다.

유럽연합(EU)은 정부가 정산수수료 인하를 추진하자,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먼저 유럽지역 내 은행 간 정산수수료를 신용카드 0.3%, 직불카드 0.2%로 인하했다.

우리나라처럼 카드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인 미국에서도 올해 통과된 금융개혁법에서 직불카드 수수료에 중앙은행 즉 연방준비제도가 직접 손을 댈 수 있도록 했다. 또 가맹점은 신용카드 대신 현금, 수료, 직불카드 등으로 결제하는 고객에게 가격 할인을 해 줄 수 있도록 했다.

결국 우리나라도 정부가 지금보다 더 강하게 수수료 규제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형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우리나라의 신용카드 및 체크카드 수수료는 해외와 비교해 높은 수준인 만큼 인하를 위한 지속적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체크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더 큰 폭으로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감독당국은 카드회사의 과당 경쟁으로 인해, 가맹점들이 제공하는 물품 및 서비스 가격 인상이 초래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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