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 산하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의 전ㆍ현직 사업단장 등 고위 간부가 입찰을 조작해 특정업체에 사업을 몰아주고 억대의 뇌물을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9일 2003년부터 올 초까지 공단 퇴직자가 근무하는 업체에 관급 공사를 몰아주고 대가로 산하 조합장과 하청업체로부터 2억1,800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등)로 K사업단장 이모(59)씨 등 간부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범행에 가담한 전ㆍ현직 공단 직원과 9억여원의 조합 공금과 사업비를 횡령한 이모(66)씨 등 조합 운영자, 뇌물을 건넨 업자 등 1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뇌물을 건네는 업체에 사업권한을 몰아주기 위해 사내 벽보에만 몰래 입찰공고를 붙이거나 가짜 경쟁업체를 참가시키는 방법 등으로 16차례에 걸쳐 입찰을 조작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의 범행배경에 공단의 묵인도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내부 감사를 통해 입찰 조작 등의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공기업 평가 등을 고려해 공단에서 쉬쉬해 오며 이를 방관해온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추가 수사를 통해 불법 사항이 발견되면 형사 처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실과 동떨어진 규정도 문제였다. 1981년 공단 설립 당시 제정된 뒤 한번도 개정되지 않은 한국원호복지공단법에 따르면 공단 내 사업단과 유공자로 구성된 산하 지역조합이 직접 가구와 방음벽 등을 만들어 조달청 등에 납품하도록 돼 있는데, 현재 사업단과 조합은 유공자의 고령화로 자체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관행적으로 입찰 등을 통해 하청업체로부터 물품을 건네 받아 공공기관에 납품하고 있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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