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멀린 미국 합참의장이 9일 한미연합훈련에 일본 자위대 참가를 거듭 요청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 고위 관리들은 한국이 일본의 참가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현 일본 헌법의 제약 때문에 가능할지 의문이라는 견해를 표시하고 있다.
멀린 합참의장은 이날 일본을 방문해 기타자와 도시미(北澤俊美) 방위장관 등과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한미연합훈련에 일본 자위대도 참가하는 문제에 대해 "과거에 매여서는 안 된다"며 "지금 한반도는 매우 절박해 다국간에 긴급하게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한미일 3국 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반노 유타카(伴野豊) 일본 외무성 부장관은 "동맹국인 미국(과의 연습)과는 달리 훈련 내용이나 자위대 참가의 형태에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며 소극적 자세를 보였다. 다른 일본 정부 고위 관리도 전날 "한국이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표시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방위성 정무 3역의 한 사람도 "현 헌법 틀 내에서 가능할까"라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금지하는 헌법 해석에 따라 테러대책이나 재해구조 등을 목적으로 한 훈련에는 참여할 수 있지만 군사 충돌을 전제로 한 훈련 참가는 어렵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일본 총리관저의 안전보장문제 담당자도 "한일 방위협력은 매우 민감한 문제여서 현재 자위대가 한국과의 군사연습에 참가하는 것은 어렵다"며 "멀린 의장의 발언은 한미일 연대를 강화하고 싶다는 메시지가 아니겠느냐"고 풀이했다. 일본은 10월 한국 근해에서 실시한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에 따른 해상훈련에 호위함 2척과 함재헬리콥터 2대를 파견했지만 한미연합훈련에 정식 참가한 적은 없다.
이와 함께 10일 끝나는 미일공동통합연습은 "한반도 유사시에 연동해 일어날 수 있는 일본을 향한 탄도미사일 공격과 항공 침공 시나리오를 상정한 것"이라고 도쿄(東京)신문이 방위성 관계자를 인용해 9일 보도했다. 방위성은 공식적으로는 이 훈련이 특정 국가의 공격을 상정한 것은 아니라고 밝혀왔다.
한편 멀린 의장은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다음달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원래 예정돼 있던 일정인데, 한반도 긴장고조 속에 미중 군사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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