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중점사업 예산을 놓고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일 국회 폭력사태까지 일으키며 내년도 예산안을 단독으로 처리한 한나라당이 정작 중요한 사업 예산을 집어넣지 못했다며 여권 내부에서 책임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
최종 예산안 조율 결과를 점검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데다 예산안 표결에도 참여한 지도부 인사들이 "필요한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탓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는 10일 예산 부실 반영과 관련해 "진상조사 후 관련자들을 문책할 것"이라며 책임론을 제기했다. 당 지도부가 템플스테이 지원과 재일민단 지원,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등 세 가지 사업 예산을 예결위에서 관철시킬 것을 지시했는데도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배은희 대변인은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조사하고 있다"며 "실무선에서 실수로 누락된 것으로 보인다"고 당 실무진들을 겨냥했다. 실무진으로는 당 정책위와 예결위 계수조정소위에 참여한 의원들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은 당이 자초했다고 볼 수 있다. 예산을 증액할 경우 예결위가 당 정책위와 조율한 뒤 정부에 요구하는 절차를 밟고 그 결과를 당 지도부에게 통보하게 되지만 올해의 경우 여당이 예산안 단독 처리에 몰두하면서 이 절차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계수조정소위에 소속된 한 의원은 "민주당의 지연작전으로 예산 증액을 심사할 기회조차 없었다"며 "전체 예산을 총괄하며 조율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당 지도부의 태도가 문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당 지도부는 계수조정소위 심사에서 중점사업 예산을 처리하라고 지시만 내렸을 뿐 꼼꼼히 진행 상황을 체크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안 대표의 측근 의원은 "일부 의원들이 자신들의 지역구 예산은 챙기면서 당 차원에서 중점 추진해온 사업 예산을 제대로 챙기지 않았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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