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비자금 사건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남기춘 서울서부지검장이 7일 "이번 사건의 핵심은 기업세탁을 통한 배임"이라고 밝혔다. 남 검사장은 이날 서부지검 내부 통신망에 "한화사건이 언론보도를 통해 전달되는 과정에서 오해의 소지가 생겨 사건의 실체를 정확히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며 이같이 주장했다.
남 지검장이 밝힌 수사 초점은 한화그룹이 자본잠식 상태의 한유통과 웰롭 등 3개 회사 채무 9,000억원을 변제토록 자금지원을 해줬다는 의혹. 문제는 이들 회사의 주식이 100% 김 회장의 친인척 등의 명의로 돼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때문에 이 기업들을 한화의 위장계열사로 보고 있다. 남 지검장은 "채무변제의 책임은 부실회사 차명주주들에게 있는데 채무를 갚은 사람은 차명주주들과 전혀 별개인 한화 계열사들"이라며 "김승연 회장이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는 부실회사의 부채를 교묘한 기업세탁 과정을 거쳐 계열사 자금을 동원해 변제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 측은 이에 대해 "그룹 관계사에 대한 지원을 통한 재무구조조정"이라고 주장해왔다.
수사 책임자인 지검장이 진행 중인 수사의 내용을 이처럼 공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대해 최근 서부지검이 김 회장의 '오른팔'인 홍동옥 여천NCC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법원에서 기각된 뒤 비판여론이 일자 적극적인 방어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남 지검장은 언론에 대한 불편한 감정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기업 수사가 개시되면 언론은 일단 '로비수사'를 수사의 목표로 제시하고, 기대한 결과에 못 미치면 '용두사미'라는 결론에 이르는 천편일률적 보도관행은 맞는 것인가요"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수사 책임자가 수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언론보도를 문제삼고 수사내용을 공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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