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배부된 8일 고교 3학년 교실은 먹구름이잔뜩 끼었다. 학생들의 탄식과 한숨이 쏟아졌다. 예상보다 성적이 잘 나왔다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다수 학생들은 낮은 성적에 실망한 표정이 역력했다. 특히 인문계열과 중하위권 학생들의 성적이 상대적으로 크게 떨어진 것으로 확인되자, 교사들은 "진학 지도가 가장 어려운 해가 될 것 같다"며 걱정했다.
서울 계성여고 3학년 김수정(19)양은 "나름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점수가 잘 안 나와 착잡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낮은 점수를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더 훨씬 성적이 떨어졌다"며 당혹스러워 하거나 성적표를 확인한 뒤 아예 찢어버리는 학생들도 있었다.
풍문여고 조미영 교사는 "우리반 학생 36명 가운데 10명 정도는 가채점한 것보다 성적이 한 등급씩 더 떨어졌다"며 "이런 학생들의 진학 지도는 더욱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BS(한국교육방송공사) 교재 연계를 성토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계성여고 형원희(19)양은 "언어와 외국어 영역은 EBS와 연계되긴 했지만 솔직히 풀기 어려웠다"며 "(교육당국이)문제를 더 어렵게 하려고 변형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수시 모집에 지원한 학생들 가운데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학생들은 이날 받은 성적표가 사실상의 불합격 통지서였기 때문에 초상집 분위기였다.
서울대 수시 모집에 지원한 박모군은 "언어와 수리 영역에서 최저학력기준에 미달돼 미련없이 재수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수시 모집의 최저학력기준은 2개 영역 이상에서 2등급 이내에 들어야 하며, 고려대 연세대 등 주요 대학들의 수시 모집 일부학과가 요구하는 최저학력기준도 2~3개 영역에서 1등급에 속해야 할 정도로 기준이 높다.
전반적으로 낮아진 수능 성적 때문에 진학 담당 교사들은 머리를 쥐여 짜야 하는 상황이 됐다. 어려워진 수능으로 상위권 학생들의 변별력은 높아졌지만 중위권과 하위권 학생들은 성적이 엇비슷하게 몰려 진학 지도가 어느때보다 어려워졌다.
김혜남 서울 문일고 교사는 "원래 성적이 좋았던 자연계 상위권 학생들은 평소 성적이 나왔지만 인문계 학생들의 성적이 생각보다 많이 떨어졌고, 중하위권 학생들도 타격이 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매년 달라지는 수능 난이도 때문에 진학 지도의 어려움이 크다"며 "특히 이번 수능은 학생들이 EBS만 보면 해결될 줄 알았다가 뒤통수를 맞은 것"이라며 수능의 EBS 연계가 과대 홍보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교육을 잡겠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이 수능에 무리하게 적용되면서 학생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는 비판도 많다. 한 입시전문가는 "사교육이 문제가 되면 수능을 쉽게 냈다가 변별력이 없다는 비판을 받으면 다시 어렵게 내는 식으로 매년 난이도가 오락가락하고 있다"며 "수능으로 사교육을 잡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고 꼬집었다. 수능은 학생들의 변별력을 확보한다는 본연의 취지대로 난이도가 유지돼야 한다는 뜻이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박철현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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