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을 변호사 양성 수단으로 정착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로스쿨을 양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호사제도를 이용하는 주객 전도의 상황이다."
법무부가 2012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1기생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입학정원(2,000명)의 75% 이상으로 결정하자 8일 대한변호사협회가 발표한 반박 성명의 한 대목이다. 2012년 로스쿨을 통해 1,500명의 변호사가 배출되면 사법연수원 수료자 1,000명과 함께 한 해에 2,500명의 변호사가 새로 법률시장에 쏟아지기 때문에 변호사 취업난 등 대란이 생긴다는 게 성명서의 골자다. 따라서 합격률을 50%로 낮춰 변호사 수급을 조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변호사 1만명 시대를 맞아 실제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에는 이미 '밥 굶는' 변호사들이 등장했다는 뒷말이 들리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변협이 펴낸 '변호사 백서 2010'에 따르면 아직도 83개 시ㆍ군ㆍ구가 변호사가 한 명도 없는 '무변촌(無辯村)'이다. 변호사 1인당 인구도 미국(260명), 영국(420명) 등 선진국의 15~20배 수준인 5,178명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갑작스레 신규 변호사가 쏟아지면 업계의 수급불균형이 더욱 심각해진다는 주장이 과연 타당한가.
로스쿨 졸업생의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낮추지 않으면 법률서비스의 질이 저하될 것이라고 변호사단체는 주장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들의 기득권 약화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다.
당초 로스쿨을 도입할 때 변호사단체들도 보다 많은 변호사들이 사회 각계각층으로 진출해 법률서비스 제공을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에 수긍한 바 있다. 이제 와서 경쟁 격화 등을 이유로 합격률을 제한하려는 것은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로스쿨 학생들을 볼모로 잡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강아름 사회부 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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