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발(發) 저축은행 대란의 우려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오죽하면 정부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보고서를 내고 국회에 공적자금 투입용 예산 증액을 요구했을 정도. 정부는 물론, 보고를 받은 국회의원조차 "충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연체율 수직상승, 왜?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비공개 보고를 통해 올 6월말 8.7%이던 저축은행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연체율이 올해 말에는 24.3%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장기간 불황을 겪어 온 부동산 경기가 올 하반기 들어 갑자기 급락한 것이 아님을 감안하면 이 같은 연체율 급등은 예상 밖이다.
당국은 최근 시중은행들의 잇따른 PF대출 축소 움직임을 결정적인 배경으로 분석하고 있다. 공사 착공 전 저축은행에서 받은 PF대출(브릿지론)이 공사 진행 과정에서 시중은행의 '본PF'로 전환되는 연결고리가 깨졌기 때문이라는 것. 금융위 관계자는 "올 하반기 시중은행의 PF대출 규모가 4조원이나 줄었다"며 "공사장들에 큰 문제가 생겼다기보다 리스크를 꺼리는 은행들의 '군집행동'이 더 문제"라고 말했다.
올 9월말 현재 저축은행 PF대출의 70%는 브릿지론이 차지하고 있다. 브리지론은 공사가 시작되기 전 사업부지 매입 등을 위한 중간단계의 대출. 토지 매입→인허가→시공사 선정을 거쳐 공사가 시작되면, 시중은행의 본PF로 전환돼 브릿지론을 갚게 되는 구조다.
그런데 부동산 경기 회복이 늦어지고 은행들이 본PF 대출마저 꺼리면서 브릿지론의 '출구'가 막히자 연체율이 급등했다는 것. 금융위는 지난달 국회 보고서에서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미분양 주택ㆍ상가 등이 해소된 뒤에 추가 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저축은행 브릿지론이 제자리를 찾는 데는 상당기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실 도미노 현실화되나
이 같은 PF 부실화는 저축은행 업계 전체의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현재 105개 저축은행 전체 총자산이 86조원 가량인데 올해 이미 부실에 빠진 3개 소형사의 자산(4조3,000억원)과 내년 추가 부실화가 우려되는 중대형사 자산(10조6,000억원)을 합치면 무려 전체의 6분의1(약 15조원) 수준이다. 이는 업계의 위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은 "5개 중대형사도 현재 상태로는 정상화가 어렵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더 큰 문제는 저축은행의 위기가 금융권 전체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 금융당국이 이례적으로 부실채권 매입을 위한 구조조정기금 증액을 요구하면서까지 절박하게 움직인 이유이기도 하다. 금융위는 보고 당시 의원들에게 "저축은행의 현재 상황이 '쇼킹'한 수준"이라며 "믿어 달라"고까지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 의원은 "상황을 전해들은 의원들도 기존 저축은행용 구조조정기금 2조5,000억원을 3조5,000억원으로 증액하는 데 이견이 없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올 6월 부실 PF대출 채권을 매입한 저축은행들의 경영개선협약(MOU) 이행상태를 점검하는 한편, 캠코를 활용해 내년 구조조정기금 예산 중 3조5,000억원을 투입해 금융권의 부실 PF채권을 매입해 리스크 전이를 차단할 계획이다. 하지만 3조5,000억원으로 과연 해결이 가능할지 여부는 당국도, 업계도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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