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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주민들 "잘 때마다 어떻게 도망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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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주민들 "잘 때마다 어떻게 도망갈지…"

입력
2010.12.08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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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팔이 아팠는데 포 떨어진 날 도망치면서 넘어졌지 뭐야.”

“어르신 인대가 늘어나셨네요. 벌써 보름이나 지났는데 고생하셨겠어요.”

8일 오후 4시 적막했던 연평도 중부리 경로당이 하얀 가운의 의사들로 가득 찼다. 경로당은 북한군의 포격 이후 폐허가 된 보건지소를 대신해 임시진료소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 보름째 인천으로 파견 나간 직원 3명을 제외한 공중보건의 2명과 직원 1명이 지켜오던 곳이지만 이날은 인천광역시의료원 소속 정신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전문의 등 의료진 8명도 이곳에 왔다. 뭍으로 피란 나온 주민들을 돌보다 섬에 남은 주민들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처음 섬을 찾은 것.

포격으로 무너진 가옥들에서 불과 수십m 떨어진 곳에 위치한 경로당에는 공중보건의와 전문의가 합동진료를 한다는 소식에 주민들 발길이 이어지면서 오랜만에 사람 향기가 꽉 들어찼다. 그간 마음고생에 지치고 추운 날씨에 움츠려 진료소로 향하는 발걸음조차 꺼려오던 터였다.

인천으로 피했다 집이 눈에 밟혀 다시 섬으로 돌아왔다는 이길녀(64)씨는 양팔 모두 인대가 늘어난 상태였다. 이씨는 “눈앞이 캄캄해서 어떻게 도망치는지도 모르게 달리다 보니 손을 땅에 갑자기 짚어 전혀 쓰지 못하게 됐다”고 했다. 이날 이씨는 진통제, 근이완제 등을 처방 받았다. “잘 때 마다 ‘또 포가 떨어지면 어떻게 도망 갈지’만 떠올린다”는 말에 혹시 모르는 후유증에 대비한 정신과 상담도 이뤄졌다.

조승연(47) 인천광역시의료원 원장은 “포격 사태로 주민들이 우울증 등을 다소 겪고 있고, 당장은 괜찮더라도 장래에 대한 불안감이 우울증을 키울 수 있다”며 “정신과 관련 약들은 보건소에서 처방하는데 한계가 있고 섬 주민이 외출을 꺼리는 점을 고려해 직접 집을 찾아 다니며 꾸준히 진료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천에서 피난 중인 연평도 주민들의 임시거처는 이날 경기 김포시 양곡지구의 미분양아파트로 결정됐다. 가구별 입주인원은 8, 9명으로 주민들이 직접 조를 짜 신청서를 낸 뒤 14일께 옮겨간다. 인천을 오가는 셔틀버스도 24시간 운영한다.

연평도=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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