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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나쁘거나 바보거나

입력
2010.12.08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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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전쟁 때 미군의 오폭으로 양민들이 죽음을 맞은 노근리 사건을 소재로 만든 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주민들은 전쟁이 왜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마을을 비우라는 군인들의 명령으로 원하지 않는 피난길에 올랐다가 영문도 모른 채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영화를 보면서 한국전쟁의 피해자는 남이냐 북이냐가 아니라 보통의 힘없는 사람들 모두가 아닌가 생각했다. 제목은 "붕어 두 마리가 서로 싸워 아무것도 살 수 없게 되었다"는 양희은의 노래 가사에서 따왔다. 문제는 반세기가 흐른 오늘날에도 한반도라는 '작은 연못'엔 "더러운 물만 고이고" 있다는 것이다.

불행한 역사의 근본 성찰을

연평도 사건의 핵심은 국방의 의무를 다하던 젊은 군인과 생계를 위해서 일하던 가장들이 자신들의 뜻이나 행동과 상관없이 죽고 다쳤다는 것에 있다. 그러나 정말로 우울한 것은 60년이 지난 후에도 전쟁이 반복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일이다. 더욱 답답한 것은 이와 같은 불행을 막으려는 노력보다 반복하려는 힘들이 더욱 강해 보인다는 것이다.

희생자들에 대한 진심 어린 위로보다 이들을 정치적 상징으로 만들고 있고, 냉정한 분석과 대책 마련보다 가해자에 대한 비난에만 치중하고 있다. 더 나아가 증오와 광기를 북돋아, 화해와 협력을 주장하는 사람들까지 연평도 사건의 종범으로 몰고 있다. 이들을 '척결'하여 남에서는 오랜 동안 지겹게 들어왔었고, 북에서는 오늘날에도 위세를 떨치고 있는 '국론 통일'을 이루고야 말겠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팽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상대주의적 가치를 존중하지만, 생명의 존엄과 자유의 보장 등 절대가치를 양보할 수는 없는 일이다. 따라서 민간지역을 포격해 죄 없는 사람들의 죽음을 초래한 북한을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설사 누군가가 이러한 행동을 유도하였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누가'에 못지않게 '왜' 그랬는지도 매우 중요하다. 문자 그대로 양자를 모두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비론은 아니고, 어느 한쪽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다. '누구'에 집착하는 것만큼 '왜'에 집착하는 것도 문제이긴 마찬가지이다. 이 시점에서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한국전쟁 이래 반복되고 있는 폭력과 희생의 재발 방지이고 평화정착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구'와 '왜'에 대한 논의도 이것을 위한 일이 되어야 의미가 있다.

연쇄 살인이나 가정파괴 사건이 벌어졌다면 범인의 실체를 밝혀야 하고, 이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도 필요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비슷한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치안을 강화하여야 하지만 이것이 다는 아니다. 근본적으로 '흉악범'을 만들어내는 사회구조에 대한 성찰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모두가 아는 사실 즉, '범인은 흉악하다'는 말을 되풀이 하는 것에 만족한다면 논리적으로는 동어반복이지만 현실적으로는 한 마디로 바보 같은 일이다. 혹시라도 불행한 사건을 통하여 자신들의 정치·경제적 이익을 챙기거나, 이 기회를 통하여 그 동안 미워했던 사람들을 싸잡아서 몰아내려고 한다면 그것은 나쁜 일이 된다.

폭력과 희생 막는 게 시급

역사적이고 구조적인 요인으로 한국전쟁을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그 어떤 원인에서 전쟁이 발발하였던 김일성의 북한은 전쟁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을 굶주리게 하고 억압하고 있다면 분명히 북한은 문제가 많은 체제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을 이러한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북한에 대해서 욕만 하고 있거나 북한이 문제가 많아서 망할 것이라고만 믿고 있다면 바보이다. 만일 그러한 생각과 행동으로 반세기 넘는 고통의 역사가 단순 반복되게 만든다면 이야말로 최악의 경우이다. 바보이면서 나쁜 사람이 된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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