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미뤄온 농협개혁이 올해도 결국 무산됐다. 정부, 농협, 농민 등 세 주체가 농협 사업구조 개편에 모처럼 공감을 표시해 “분위기가 어느 때보다 무르익었다”는 평가가 있었음에도 불구, 정기국회 종료 하루 전날까지 농협법 개정안은 국회 논의 첫 단계인 법안심사소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또 국회 파행으로 임시국회 소집까지 불투명해지면서 농협법 논의는 내년을 기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8일 국회 농림수산식품위는 농협을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으로 분리, 지배구조를 바꾸고 각 사업별로 지주회사 설립을 골자로 하는 농협법 개정안의 막판 통과를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전날까지 구조개편 주체인 농식품부와 재정 지출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간 법인ㆍ소득세에 대한 조세특례 등 몇몇 부분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던 탓이다.
또 지주회사 출범 시 필요한 자본금 충당 방식에서도 정부 부처와 일부 의원들의 입장이 충돌하면서 많은 시간이 낭비됐다. 정부 예산으로 자본금을 지원하는 데 반대 입장이던 재정부가 막판에 ‘지원’ 쪽으로 입장을 선회하긴 했지만, 농식품부와 반대 의원들을 설득하기에는 늦었다. 법안심사소위의 한 야당 의원은 “의원들의 요구에 따라 정부가 보완대책을 부지런히 가져왔지만 그 보완책이라는 게 적절한 조세지원, 충분한 지원 등 애매하기 그지 없었다”며 “개정안을 그 상태로 상임위 전체회의에 넘길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농협법 국회 처리가 결국 무산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정부와, 농협, 농민에게 돌아갈 전망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협 구조가 개편을 통해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쌀 수급, 농산물 유통구조 문제 해결을 기대했다”며 “국회 처리가 늦어지게 된 만큼 결국 농민과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농협 관계자도 “전국의 조합장들과 회의와 회의를 거쳐 지난한 논의 끝에 구조개편에 합의를 했고, 120여명의 직원들이 농협구조개편 TF에서 땀을 흘렸지만 이 모두가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며 아쉬워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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