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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 살수 있는 '골디락스 행성' 첫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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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 살수 있는 '골디락스 행성' 첫 발견?

입력
2010.12.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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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발머리 소녀가 숲 속에서 길을 잃었다. 헤매던 소녀는 곰이 사는 집으로 들어가게 됐다. 집안 부엌에는 수프가 세 그릇 놓여 있었다. 하나는 너무 뜨겁고, 다른 하나는 너무 차갑고, 나머지 하나는 적당했다. 배가 고팠던 소녀는 적당한 온도의 수프로 배를 채우고는 만족스러워했다.

영국 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다. 금발머리를 뜻하는 소녀의 이름 ‘골디락스’는 이후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경제상황을 일컫는 말이 됐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행성도 골디락스라고 불린다.

최초 골디락스 행성?

지난 9월29일 미국 산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와 카네기연구소 연구팀은 지구에서 약 20광년(1광년=약 9.46ⅹ1,012km) 떨어진 우주에서 최초의 골디락스 행성 ‘글리제581g’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 행성의 표면온도를 영하 32~12도, 질량을 지구의 3~4배로 추정했다. 이 정도면 액체 상태의 물이 있을 가능성이 높고, 대기를 붙잡아 두기에도 충분한 질량이라는 것이다. 중력도 지구와 비슷할 거라고 연구팀은 추측했다. 발표 직후 과학계는 글리제581g가 지구와 꼭 닮아 생명체가 살기에 적합한 환경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골디락스 행성의 첫째 조건은 표면온도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아야 한다. 과학자들은 행성의 표면 온도가 글리제581g 정도 온도부터 약 100도까지면 생명체가 살기에 적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리제581g를 발견한 연구팀은 이와 비슷한 행성이 태양계가 속한 우리은하 안에만도 수백억 개는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행성 표면온도를 결정짓는 건 중심별(태양계로 치면 태양)까지의 거리다. 가까우면 뜨겁고 멀면 차갑다. 적당한 거리에 있어야 한다. 글리제581g는 천칭자리에 있는 중심별 글리제581의 주위를 돈다. 한 바퀴 공전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37일. 지구 공전주기 365일에 비하면 중심별에 훨씬 가깝다. 그런데도 글리제581g가 지구보다 뜨겁지 않은 이유는 글리제581이 적색왜성이기 때문이다.

적색왜성은 보통 태양보다 작고 온도도 낮다. 중심별이 상대적으로 차가우니 좀더 가까이 있어도 행성 표면온도가 많이 높아지지 않는다. 과학자들이 적색왜성 주위에 골디락스 행성이 많을 것으로 추측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2007년부터 골디락스 논란

그러나 공교롭게도 첫 골디락스 행성 발견이 발표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반박하는 의견이 나왔다. 지난 10월 스위스 제네바천문대 연구팀이 글리제581g의 존재 가능성 자체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나선 것. 글리제581 주변에서 공전주기가 37일인 행성을 찾을 수가 없다고 스위스 연구팀은 발표했다.

희한하게도 미국과 스위스 두 연구팀은 모두 칠레에 있는 대형망원경으로 관측한 데이터를 분석했다. 같은 데이터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 연구팀은 하와이에 있는 또 다른 망원경에서 얻은 데이터를 추가로 분석해 얻은 공전주기라며 다시 반박했다.

글리제581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은 모두 6개. 그 가운데 글리제581c와 글리제581d는 지금까지도 주목 받는다. 질량이 각각 지구의 약 5배, 7.7배로 비슷해 ‘슈퍼지구’라고도 불린다. 슈퍼지구는 질량이 지구의 2~10배인 행성을 말한다. 두 행성 가운데 특히 글리제581d는 2007년 첫 발견 이래 골디락스 행성이라는 주장과 생명체가 살기에는 온도가 좀 차가운 영역에 치우쳐 있다는 주장이 아직까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여기에 최근 글리제581g를 둘러싼 찬반까지 더해져 천문학계의 골디락스 논쟁은 어느 때보다 더 치열해진 상황이다.

더 이상 골디락스 필요 없어?

지금까지 발견된 외계행성은 497개다. 그 중 명확한 골디락스 행성은 아직 없다. 하지만 지난 3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비소 미생물 발표와 맞물려 골디락스 행성에 대한 관심은 다시 높아지고 있다.

한편에선 외계생명 존재 가능성을 이야기할 때 골디락스라는 개념이 더 이상 필요 없을지 모른다는 시각도 나온다. 골디락스는 지구와 비슷한 환경에서만 생명체가 살 수 있고, 외계생명 역시 우리와 유사한 화학적 조성을 갖는다는 가정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독성물질인 비소를 생존에 활용하는 생명체라면 지구보다 혹독한 환경을 지닌 행성에서도 살 수 있을 것이다. 골디락스 행성의 조건인 ‘적당한 온도’가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한 필수 요건이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승리 한국천문연구원 광학적외선천문연구본부 외계행성연구그룹장은 “비소가 잔뜩 있는 환경에도 생명체가 있다면 ‘산다’는 개념 자체가 바뀌는 것”이라며 “우주에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이 생각보다 많을 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 저 많은 별들 중에… 앗! 태양-목성-토성 축소판

궁수자리 방향으로 약 5,000광년 떨어진 우주공간에는 태양계를 쏙 빼 닮은 외계행성계가 있다. 중심별 ‘OGLE-2006-BLG-109L’의 주위를 두 행성이 돌고 있는 모습은 마치 태양-목성-토성의 축소판 같다.

2008년 한정호 충북대 물리학과 교수와 박병곤 한국천문연구원 광학천문연구부 책임연구원 공동연구팀이 처음 발견한 이 외계행성계는 지금까지 알려진 행성계 가운데 가장 태양계와 비슷하다. 중심별 주위를 공전하는 두 행성의 질량은 각각 목성의 0.71배와 0.27배. 중심별로부터의 거리는 지구와 태양 간 거리의 각각 2.3배와 4.6배로 측정됐다.

골디락스를 비롯한 외계행성이나 외계행성계 탐색은 한 마디로 확률 싸움이다. 넓디 넓은 우주공간에 드문드문 흩어져 있는 무수한 별과 행성 가운데 어떤 게 지구나 태양계와 비슷한지 찾아내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수억 개 정도 관측해야 그 중 하나 나올까 말까다. 한번에 많은 별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시야가 매우 넓은 특수한 관측시스템이 필요하다.

국내 전문가들은 지난해부터 약 300억원을 들여 외계행성 전용 관측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여기 설치될 망원경은 지름 2m급 3대. 칠레와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각각 한 대씩이다. 김승리 한국천문연구원 외계행성연구그룹장은 “보통 별이 떠서 지는 시간을 고려하면 망원경 한 대로 관측 가능한 시간은 약 8시간”이라며 “망원경 3대를 차례로 연속 가동시키는 이 시스템은 24시간 내내 관측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외계행성이나 외계행성계를 찾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소리다. 김 그룹장은 이 시스템이 완성되면 지구형 외계행성을 수십 개는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관측은 2014년부터 이뤄질 예정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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