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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FTA 당사자 아니면 말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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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FTA 당사자 아니면 말 말라?

입력
2010.12.0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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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관련, 한 인터뷰에서“협정의 주인공(업계)이 ‘이 정도면 됐다’고 하는데 정치권에서 ‘된다, 안 된다’고 얘기할 게 아니다”고 했다. 양돈업계가 ‘고맙다’고 하더라는 얘기까지 전했다.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외교회담에 참석한 또 다른 정부 고위 당국자도 “이해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현대차 등에 계신 분들은 빨리 불확실성이 해결됐으면 좋겠다고도 말한다”고 덧붙였다.

언뜻 생각하면 맞는 말처럼 들린다. 이번 재협상에서 미미하나마 배려를 받았다는 양돈업계야 논외로 친다 해도, 최대 피해자라는 자동차 업계까지 재협상 결과에 불만이 없다면 정말 다른 사람들이 괜한 트집을 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이런 셈법엔 명백한 오류가 있다. 자동차는 우리 정부가 한미 FTA의 최대 성과로 내세워오던 분야다. 자동차 업계로선 한미 FTA로 인한 혜택이 당초 100에서 10으로 대폭 줄었다고 해도, FTA를 하는 것이 하지 않는 것보단 나은 것이 당연하다. “왜 혜택 90을 줄였느냐”고 따지고 싶은 마음도 물론 있겠지만, 자동차 업계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일 수 있는 농민과는 다르다.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간과해서 안 될 것은 당초 협정에서 자동차 분야에서 100의 이득을 얻기 위해 다른 분야에서 그보다 크거나 적어도 그 만큼의 양보를 했다는 점이다. 자동차 업계야 100이든 10이든 이익은 이익이니 수용할 수 있다지만, 국가 전체적으로는 재협상 때문에 90의 손실을 감수해야 되는 것이다. 이런 마당에, 당사자가 아닌 ‘남’들은 조용히 하라는 건 국민에 대한 무례에 가깝다. 국민 어느 누구도 한미 FTA에서‘남’일 수 없기 때문이다.

경제부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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