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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과학 아는 엄마 기자]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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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과학 아는 엄마 기자] 기타

입력
2010.12.0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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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친정에서 손때 묻은 악기를 하나 챙겨왔다. 대학시절 동아리에서 치던 클래식기타다. 방학만 되면 동아리에서 살다시피 했던 내가 졸업 후엔 바쁘다는 핑계로 10년 넘게 잊고 지냈다. 그 기타가 문득 다시 생각난 건 아이 덕분이다.

우리 아이는 요즘 혼자서도 곧잘 노래를 흥얼거린다. 가까이 다가가 가만 들어보면 동요나 TV 광고송이다. 그 노랠 기억했다가 쉬는 날 집에서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피아노로 쳐주곤 한다. 그런 날 우리 모자의 휴일 오후는 비교적 ‘평화롭게’ 지나간다. 간혹 노래에 ‘필이 꽂힌’ 아이가 한밤중에도 피아노를 치자며 졸라댈 때 빼고는. 그래서 가져왔다. 아파트에서 늦은 밤에 치기엔 피아노보다 기타가 그나마 좀 덜 시끄러울 것 같아서 말이다.

피아노는 건반을 누르면 내부에 건반과 연결돼 있는 강철선이 진동하면서, 기타는 쇠줄이나 나일론줄을 손가락이나 피크로 튕기면 떨리면서 소리가 난다. 물리학적으로 악기 소리는 공기 중에 생긴 파동이 1초에 몇 번 진동하느냐(진동수)에 따라 음의 높낮이가 결정된다. 진동수가 작을수록 음은 낮아진다. 음의 높낮이에 따라 우리 귀에선 서로 다른 청각세포가 반응한다. 도 음과 레 음을 듣는 세포가 다르다는 소리다.

피아노도 쳐주고 기타도 쳐주다 보니 아이 귀에도 이젠 두 악기 소리가 달리 들리는 모양이다. 마루에 있다가도 방에서 악기 소리가 나면 “엄마, 피아노 쳐?” “기타 쳐?”하고 종종걸음으로 따라 들어온다. 음이 같으면 진동수도 같다. 예를 들어 피아노의 도 음과 기타의 도 음은 이론적으로 동일한 진동수를 갖는다.

그렇다면 희한하다. 우리 귀는 어떻게 피아노와 기타의 음을 구별하는 걸까. 물리학자들은 음색의 차이 때문에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악기가 내는 음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자세히 분석해보면 여러 가지 진동수를 갖는 파동이 복잡하게 섞여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중 가장 낮은 진동수(기본진동수)를 우리 귀는 음높이로 인식하는 것이다. 기본진동수를 제외한 나머지 진동수들이 바로 음색을 결정한다. 두 사람이 같은 노래를 불러도 목소리를 구별할 수 있는 것 역시 이런 이치다.

34개월 된 아이가 피아노와 기타 소리를 들으며 노래를 따라 부르고, 두 악기 소리를 구분까지 하는 걸 보면 이미 청각세포가 그만큼 발달했다는 얘기일 거다. 아이는 생각보다 빨리 자란다. 그 동안 엄마인 난 대학시절 추억과 점점 멀어졌다. 전엔 외워서도 연주하던 곡을 이젠 운지법도 잊었다. 짬 날 때마다 다시 연습해볼 생각이다. 나중에 ‘너 때문에 잊었다’는 말보다 ‘네 덕분에 다시 쳤다’는 말을 아이에게 해주고 싶어서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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