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친구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그제 구속됐다. 현 정권 출범 이후 권력 실세 그룹에 속하는 인사가 구속되기는 천 회장이 처음이다. 천 회장의 범죄 내용은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 요소를 두루 갖췄다. 그는 임천공업 대표로부터 산업은행 대출금의 출자금 전환, 국세청 세무조사 무마 청탁 등과 함께 45억여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 임천공업은 세무조사 관할이 부산국세청에서 서울국세청으로 바뀌면서 가벼운 처분을 받았고, 산업은행의 대출금 130억원 출자 전환으로 부도 위기도 넘겼다. 천 회장이 권력 주변 실세 기업인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로비를 하지 않고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때문에 검찰로서는 권력형 비리 전모를 파헤쳐야 하는 책무를 피할 수 없다. 검찰은 8월에 천 회장의 도피를 사실상 방조하고 뒷북 수사에 나서 권력의 눈치를 본다는 비난을 산 바 있다. 이번에도 '꼬리 자르기'식 수사를 한다면 국민은 더 이상 검찰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 임기 후반기, 느슨해지기 쉬운 권력 주변 인사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검찰은 후속 수사를 엄정하게 마무리해야 한다.
권력형 비리 규명 못지 않게 시급한 것이 권력 비선(秘線)의 불법 민간인 사찰 개입 의혹규명이다. 검찰은 청와대 행정관의 대포폰 지급, 정치권의 잇따른 사찰 의혹 폭로,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과 권력 비선의 접촉 자료 공개 등 추가 정황들이 드러나는데도 여전히 재수사에 요지부동이다. 그로 인해 검찰이 누군가를 보호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미 수 차례 지적했듯이 이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 태도는 하나부터 열까지 납득할 수 없는 것 투성이다. 기초적인 정황과 증거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채 비선 인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런 식으로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혹 실수로라도 수사에 부실한 부분을 남겼다면 실수를 인정하고 재수사를 통해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 정정당당한 모습이다. 그것이 정권과 검찰 모두가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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