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북한의 도발시 한국이 행사하게 될 자위권의 범위를 최대한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있어 군 작전 변화 여부가 주목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8일 “우리의 자위권 발동은 미국으로부터 동의나 양해를 받을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이 북의 도발에 맞서 교전규칙 등에 구애받지 않고 전투기나 함정 등을 동원, 자위권을 행사하는 방안에 대해 미국이 ‘동의’한 것처럼 보도된 데 대한 분명한 선긋기라고 할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주권국의 정당방위라 할 수 있는 자위권은 타국의 동의를 얻을 사안이 아니다”며 “자위권을 어떤 수단과 강도로 행사할지도 독자적으로 결정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런 입장은 유엔 헌장 51조에 근거해 외국의 무력 공격에 맞서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자위권이 유엔사가 만든 교전규칙보다 상위 개념이라는 논리로연결된다.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직후 확전방지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유엔사 교전규칙은 “북 도발시 상응하는 무기로 대응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전투기로 포격 원점을 공격하는 방안을 언급하자 군이 ‘미군의 동의와 협조를 구해야 한다’고 답했는데, 이는 매우 소극적인 자세이며, 잘못된 자위권 해석”이라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김관진 국방장관도 “연평도 도발 당시 전투기로 응징했어야 한다”, “자위권은 교전규칙의 비례성 원칙에 얽매이지 않는다” 등의 입장을 밝혀왔다. 이제 군은 “미군이 평시작전권을 1994년에 한국군에 이양하면서 연합위기관리, 작전계획수립, 연합연습, 연합정보관리, 전술지휘통제 상호운용성 등에 관해서만은 권한을 행사해왔다”며 “한국의 자위권 발동은 이들 권한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자위권 행사는 미묘하고도 심대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자위권 행사가 자칫 확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고, 그럴 경우 전시작전통제권을 갖고 있는 미국의 개입은 필연적이다. 자위권 행사 범위는 이처럼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이 북한 도발에 대한 응징 방안을 놓고 사전에 협의하고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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