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눈을 떴습니다. 위독하신 유천(猶泉) 선생님 생각이 났습니다. 서울은 꽤 추울 것인데, 가톨릭 신자인 선생님이 성탄절에 돌아가시면 좋을 것인데, 선생님과 함께한 좋은 시간들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은사님이 선종하셨다는 사모님의 전화가 왔습니다.
전화를 받는 그 순간부터 울었습니다. 대학에 입학에서 선생님이 제자가 되었기에 저는 시인이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선생님께 귀찮은 제자였습니다. 병문안 갔을 때 사모님도 그랬습니다. "정 시인이 학생 때 우리 선생님 속을 가장 많이 썩인 제자"라고요. 하지만 선생님은 저에게 한 번도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았습니다.
시인이 되고 졸업을 하고 사회생활을 할 때도 옛 이야기 삼아서라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늘 자랑스러운 제자로 대접해 주었습니다. 바다처럼 넓은 사랑만 받고도 제가 선생님께 해드린 것이 없다는 큰 죄에 눈물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선생님은 돌아가셔 고향으로 돌아오셨습니다.
경남 문단의 큰 어른이셨기에 오늘, 경남문인장으로 고향의 흙으로 돌아가시는 날입니다. 선생님 가신 그날 오랜만에 옛 친구를 만났습니다. 그 친구의 첫마디가 "신상철 선생님 닮아가네"였습니다. 어떻게 제가 감히 스승을 닮겠습니까. 아마 그때 선생님이 제게 찾아오셨나 봅니다. 그래서 친구가 제게서 은사님의 모습을 보았나 봅니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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