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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공연 앞둔 우림시장 상인극단 리허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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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공연 앞둔 우림시장 상인극단 리허설 현장

입력
2010.12.08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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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준비하시고요~ 고!"

장사를 제쳐 놓고 온 상인과 주민 10여명이 모이자 감독의 지시가 떨어지고. 대본을 훑어 보던 이들은 우두커니 서 있다가 무표정한 얼굴로 "야채사세요", "반찬사세요"를 외친다. 고개를 갸웃하며 빙긋 웃던 감독은 멈추라는 듯 손을 펼쳐 든다. "이래서는 아무도 안 살 것 같아요. 목소리 톤도 좀 올려 보세요. 손도 흔들어 보시고, 고개를 좌우로 돌려서 관객들도 좀 쳐다보시고…." 쑥스러워하며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던 배우는 네 번 만에 OK사인을 받았다. 박수까지 받자 "실제 해보니까 할만 하네 뭐!"라며 큰 소리쳤다.

떡, 두부, 생선을 팔던 아줌마 아저씨가 무대에 오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진행한 '문전성시' 프로젝트 사업에 선정돼 7월 설립된 서울 우림시장 상인극단 '춤추는 황금소'(본보 2010년 6월 17일자 37면)가 공연 리허설에 나섰다. 3대1에 이르는 오디션을 뚫고 합격한 이들은 한파가 몰아친 8일에도 시장 내 복합문화공간에 마련된 33㎡(10평) 남짓한 무대에서 막바지 연습에 여념이 없었다.

이들이 12일 무대에 올리는 연극 '춤추는 황금소'는 40년 역사를 가진 우림시장의 상인들이 울고 웃던 지난 날을 돌아보며 삶의 터전인 시장을 지켜간다는 내용. 매주 월ㆍ목요일 2시간씩 5개월간 말 그대로 피나게 연습했다고 한다. 황규봉(60)씨는 "남편이 있는데도 과부 역할을 맡아 어렵다"고 했고, 정명림(62)씨는 "따귀 맞는 장면을 어떻게 해야지"라며 내내 고민했다.

반무섭(45ㆍ극단 작은신화 연출가) 감독은 "감정이입!" "이쪽에 있어야지 왜 거기 계세요!" "시선 처리가 어려우면 관객 한 명 찍어서 얘기해요" "사투리는 갑자기 어디로 사라졌어요?" 등 쉴 새 없이 다그쳤다. 그 덕분인지 김종곤(59)씨는 좌우로 휘청거리며 오른쪽 다리를 저는 연기를 실감나게 해 '오~'하는 감탄사를 나오게 했다.

첫 무대의 꿈에 부푼 배우들은 마냥 즐겁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연기를 하면서 새로운 세계를 경험했다"며 "공연 끝나면 어떻게 살지 벌써부터 걱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데뷔 무대에 서는 배우는 오디션에 뽑힌 25명 가운데 16명이다. 생업에 쫓기거나 개인 사정으로 하나 둘 중도 포기했기 때문. 급기야 전문배우 2명을 급조하기까지 했단다. 갑작스레 암 진단을 받고 지난달 수술을 받은 아내를 간호하느라 잠시 빠졌던 이종호씨는 "오프닝과 클로징에 해설자로 참여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전체 11막 중 가까스로 9막까지 끝냈는데 벌써 밤 11시. 5시간 동안 맹연습이 이어져 다들 피곤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반 감독이 "늦었으니 여기까지 합시다"라고 말하자 일부는 "아이고 남편(아내)한테 혼나겠네. 먼저 가볼게요"라며 가방을 들고 부리나케 사라졌다. 한쪽에서는 "이러면 너무 늦는 거 아녜요. 이제 4일 남았는데"라고 말하는 열혈파도 있었다.

작품 완성도를 묻자 반 감독은 "현재로서는 40%정도"라며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공연을 통해 표현하고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새로운 활력소를 찾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우림시장 상인들의 뮤지컬 '춤추는 황금소' 공연은 12일 오후 7시 30분 시장 내 복합문화공간 '춤추는 황금소'에서 무료로 열린다. 대신 현장에서 쌀과 라면을 기부 받아 관내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공연문의 (02)433-7891

글ㆍ사진 박민식 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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