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복
아직도 나는 지나가는 海軍 찝차를 보면 경례! 붙이고 싶어진다
그런 날에는 페루를 向해 죽으러 가는 새들의 날개의 아픔을
나는 느낀다 그렇다, 무덤 위에 할미꽃 피듯이 내 記憶 속에
송이버섯 돋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이면 내 아는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이 오기도 한다 순지가 죽었대, 순지가!
그러면 나도 나직이 중얼거린다 순, 지, 는, 죽, 었, 다
● 산책길에 간간이 읊조려보는 시다. 걸음 멈추고 먼 벌판에서 울음山처럼 솟아오르는 기러기 떼에게 경례!도 붙여보고 끝 구절 ‘순, 지, 는, 죽, 었, 다’를 걸음 박자에 맞춰 천천히 암송도 해본다.
시는 영혼의 외출이다. 맨마음이고 날정신이고 무의식까지 홀딱 다 보여주는 투명 빤스다. 이런 시를 쓰는 전범인 이성복의 시는 연상이 연상을 낳는 의식의 흐름 유려하여 소리 내 읽으면 분명 시의 맛 더 깊어진다.
로맹 가리는 에서 ‘영혼이 존재하지 않기를 바라야 할 터, 그것이야말로 영혼이 과학에 당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머잖아 과학자들은 영혼의 정확한 부피와 밀도와 비상 속도를 계산해 낼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시인의 영혼이 이리 출렁거리며 과학의 눈동자에 훼방을 끼얹고 있으니 조금은 안심해도 될 터. 참 다행이고 축복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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