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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경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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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경춘선

입력
2010.12.07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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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가 기차를 탑니다/쇳덩어리 가슴에/움이 틉니다/말랐던 그리움이/소녀 손목의 파란 핏줄로 일어서고/딱지 낀 추억들이/담벼락 틈새의 꽃으로 피어납니다(이하 생략)' 지난달 20일 토요일 경춘선 열차 안에서 노원문인협회 주최로 시 낭송회가 열렸다. 서울 노원구 공릉2동 29번지에 있는 경춘선 화랑대역이 역사 속으로 들어가버리는데 대한 아쉬움을 읊는 시간이었고, 사라지는 경춘선에 대한 기억을 새기는 순간이었다. 종착역 인근에 있는 김유정문학관에도 들렀다. 협회 회장 박성배씨는 라는 시로 '딱지 낀 추억들'을 노래했다.

■ 그 '딱지들'이 화랑대역에만 끼어 있겠는가. 북한강을 내려보는 산의 절벽을 깎고 파내어 터널처럼 지어졌던 강촌역은 바로 앞 구름다리와 함께 모두의 사랑을 받았던 곳이다. 이제 강촌유원지 안에 새 역사가 생기고 '구멍 뚫린 터널 역사'는 문화공간으로 활용된다. 대학생들의 MT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였던 대성리역도 탈바꿈한다. 역사 바로 앞에서 짐과 배낭을 메고 경춘가도를 무단 횡단하지 않아도 된다. 한참을 걸어가 자리를 잡았던 그 유원지 안으로 멋쟁이 역사가 새로 생겼다. 청평역도 그렇고, 가평역도 남이섬과 자라섬 바로 앞으로 옮겼다.

■ 경춘선은 1939년 일제강점기 시절 군수물자를 운반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졌다. 1970년대까지 훈련소를 떠난 신병들이 전방부대로 가면서 가슴을 졸이던 공간이었고, 휴가 나온 '군인아저씨들'로 항상 만원이었던 열차였다. 1980년대에야 비로소 일반 여객운송 기능이 절반을 넘어섰다. 대성리 청평 강촌 등이 유원지라는 이름으로 개발되면서부터다. 당시에는 해만 떨어지면 서울로 돌아오는 열차편이 끊겼으니 친구끼리 혹은 연인끼리 어쩔 수 없이 혹은 고의로 밤 새도록 별을 세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이러한 추억이 의 밑거름이 되었을 터이다.

■ 경춘선이 20일로 사라진다. 정확히는 21일 춘천행 무궁화호 디젤열차가 없어지고 광역전철이 개통된다. 청량리역~춘천역 2시간 걸리던 것이 상봉역~춘천역 1시간19분(급행 63분)으로 단축된다. 5,600원 열차요금 대신 2,600원 광역전철요금이 적용된다. 내년 말엔 용산역~춘천역을 69분에 달리는 2층 고속급행도 운행된다. 소음과 김밥, 삶은 계란과 소주 대신 안락하고 편안한 대화와 음악감상 등이 객실 분위기를 메울 것이다. 춘천시민들은 '서울특별시 춘천구(區)'라며 기대가 큰 모양이다. 하지만 서울 사는 사람들에게는 아쉬움도 적지 않다.

정병진 수석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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