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보다 더 드라마틱하고 충격적인 일들이 벌어지는 현실에 대해 연극은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극단 이와삼의 ‘이형사님 수사법’은 그 답으로 코미디와 앙상블의 무대를 내놓았다. 바로 그 두 힘으로 무대는 꽉 차 있다. ‘21세기형 신개념 하이브리드 코믹 버라이어티 수사 쇼’라고 극단측은 다소 장황하게 이름 붙였다. 이를 위해 갖가지 연극적 수사법(修辭法)이 동원된다.
사실성은 제일의 무기다. 강남경찰서 강력1반의 형사들이 ‘세곡동 텃밭 교살 사건’, ‘강남 발목 절단 연쇄 살인 사건’ 등 골칫거리를 풀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무대다. 적나라한 수사기록 영상과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가 무대를 채운다. 장면 전환, 스톱 모션 등 잘 조직된 움직임에서 많은 연습량이 가늠된다. 거기에 각종 음악, 시청각 자료 등이 제시되면서 무대는 더욱 풍성해진다. 이를테면 진화한 앙상블이다.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 무대는 수사 상황, 사건 재현 등 복잡하게 전개되는 구조를 감각적으로 정리해 준다. 무대 왼편 앞의 마이크는 수시로 무대 상황을 설명해줄 때 혹은 노래 할 때의 도구로, 왼편 뒤 여닫이문은 뒤의 좌변기를 숨기거나 드러내며 극의 진행을 풍성히 한다. 널찍한 뒷면 벽은 스크린 혹은 버티컬로 재빨리 변신하며 이미지와 영상을 투사한다.
이 극은 “핸드폰 꺼달라”는 개막 전 안내부터 객석을 긴장케 한다. 출연 배우가 등장해 낮은 목소리로 자기 소개를 하고는 “핸드폰 끄라는 얘기하러 온 게 아니다. 정신 나간 막장 수사로 봐주지 말아달라”고 속삭이니 객석은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없다. 객석과 배우의 교감은 극 종반부의 수사 장면 때, 범인을 찾는다며 구둣발로 객석 사이를 휘젓고 다니는 것에 비하면 점잖다. 이들의 ‘무례함’은 그러나 극의 일부다. 관객들은 연극적 활력의 현장에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을 즐기기 때문이다. 12일까지 이다2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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