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국주의가 설쳐대고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당시, 일정(日政) 시대의 공립 중학교는 어디나 군인들의 병영(兵營)과 별로 다를 것 없었다. 상하급생 사이의 계층의 차이는 군대의 계급의 차이만큼이나 혹독했다. 하급생은 상급생을 만날 적마다 어디서나 소위, 거수경례(擧手敬禮)를 바쳐야 했다. 그리고 그들의 명령에는 절대 복종해야 했다.
그것은 당시 1학년이던 우리들에게 더한층 엄혹했다. 5학년까지의 상급생들이 득실대는 운동장이나 복도 안에서, 우리 1학년은 아예 노상 거수경례를 하고 있어야 했다. 그게 명색이 멀쩡한 교육 현장이었다.
그러자니 1 학년인 우리들의 청소 구역은 매우 넓었다. 대단히 부담스러웠다. 우리들 교실은 말할 것도 없고, 온 학교의 운동장 구석구석 그리고 서너 곳의 화장실 전체를 우리들이 맡아 해야 했다. 그러자니 같은 학급의 친구들에게는 모조리, 10명 단위로 청소구역이 배당되어 있었다.
나는 하필이면 화장실 청소를 맡게 되었다. 동료들은 미리 훈련을 받은 탓에 소변 누는 칸이나 대변 보는 칸이나 열심히 청소했다. 물통으로 물을 퍼와서는 들이 부었다. 그리고는 쓸고 닦고 했다. 소변 칸은 그런 대로 쉬웠다. 물 쏟아 붓고는 대빗자루로 대충 훑어 내는 걸로 충분했다.
하지만 대변 칸이 어렵고 까다로웠다. 지금들 말을 들으면 안 믿을 지경으로 청소를 해야 했다. 온 바닥과 변기에 물을 퍼부었다. 그리고는 고루 닦아내야 했다. 물걸레로 바닥과 변기를 고루 닦아 내야 했다. 바닥은 그래도 편했다. 변기가 골칫거리였다. 애벌로 물로 씻었다. 그리고는 걸레질을 해야 했다. 지난 시절의 그 납작 둥글, 타원형인 대변기라니!
그것에는 군데군데 똥이 묻어 있었다. 안과 밑으로 똥이 달라붙어 있었다. 아니 어떤 것은 그 밑창이 똥 투성이였다. 물을 끼얹어서 빗자루 질 하는 걸로는 말끔하게 닦아지지 않았다. 그럼 어떻게 한담? 그래가지고는 상급생의 검열을 통과할 턱이 없었다. 그렇다면 어쩐담? 거듭 거듭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궁즉통(窮則通)’,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우리들은 대변기의 똥 투성이의 밑창과 안창에 손 들이 밀고는 걸레질하기로 했다. 일단 물로 씻어낸 다음 차곡차곡, 알차게 걸레질을 했다. 역한 냄새에는 이미 익어있었다. 큰 공동 화장실이라 대변 칸이 좌우 두 줄로 스무 개 정도였다. 우리들 열 명이 한 학생 당, 두 칸씩 맡아야 했다. 줄잡아서 반시간 넘겨서는 일단 걸레질을 끝내었다.
재수 없게 나는 변소 당번의 우두머리였기에 일단 검사를 했다. 칸마다 머리 들이밀고는 바닥과 변기 안을 점검했다. 내 짐작으로는 상급생 감독관의 검사도 탈 없이 넘길 것 같았다.
상급생 반으로 달려갔다. 그래 봐야 고작 한 학년 위의 상급생 반이었다.
문을 열고 들면서 거수경례를 올리고는 소리쳤다.
“신고합니다. 1학년 몇 반의 아무개가 화장실 청소의 감독이신 상급생 아무개님을 뵙고자 왔습니다.”
그게 한 번으로는 통하지 않았다.
“소리가 적다! 기합이 모자라!”
상급생 녀석들은 그렇게 고함을 쳐댔다. 나는 몇 차례 더 신고를 절규해야 했다. 그리고는 가까스로 통과되었지만, 또 다른 관문을 통과해야 했다. 또 다른 신고를 한 차례 더 해야만 했다. 담당 상급생 본인 앞에 가서는 또 거수경례를 하고는 무엇 때문에 모시기 위해서 왔는가를 밝혀야 했다. 그렇게 시달림을 준 끝에 상급생 녀석은, 그것도 일본인 상급생 녀석은 거만을 떨면서는, “그래 가자!”라며 앞장을 섰다. 꼴사납게 거드름 피우는 녀석은 키가 낭창했기에 사지 흔들고 교만 떠는 걸음걸이가 우스꽝스러웠다.
그래서는 귀하신 몸, 감독관님을 모시고는 화장실에 닿았다. 우리 동료들이 외줄로 서서 허리 굽히고는 정중하게 마중했다. 그는 여전히 건방을 떨면서 화장실 안을 한 바퀴 돌아 보셨다. 소변 칸 낱낱이 살핀 끝에 마침내 대변 칸을 살필 차례가 되었다.
안을 들여다보더니, 나를 불렀다. 안으로 들어 가라고 분부하셨다. 나는 서슴없이 안으로 발을 옮겼다. 그런데 그의 근엄하신 명령이 떨지는 게 아닌가!
“깨끗하게 했다고 자신하겠는가?”
“그럼요! 자신 만만입니다”
어깨 으쓱거리는 날을 보고 그가 말했다.
“정 자신이 있으면, 이 대변 칸의 바닥에 괸 물기를 내 입에 물라고!”
“예? 뭐라고 하셨죠?”
하도 당돌한 말이라 되묻는 나에게 그가 다그치듯이 소리했다.
“손가락으로 물기 훑어서는 입에 물라고 했어, 왜 뭐가 잘못 되었나?”
그 때 똥물을 핥은 그 혀의 아리디 아리던 감각은 지금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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