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배에 기름 채울 돈도 없는데 걷어 올리는 그물마다 상한 게, 썩은 주꾸미뿐이에요."
7일 낮 12시 40분 연평도 서남쪽 선착장에 들어온 삼성호. 연평도 어선 50척 중 북한의 포격 이후 유일하게 조업을 하고 있는 고기잡이 배다. 하지만 선주 박철훈(55)씨는 물론이고 서경원(32) 선장과 선원 3명은 크게 풀이 죽은 모습으로 배에서 내렸다. 풍어의 부푼 기대와 함께 조업에 나섰지만 북한의 포격 전날 인근 해역에 뿌려놓은 길이 85m의 안강망 13개를 끌어올려 보니 기가 막힐 지경이었던 것. 아닌 게 아니라 조업 후 2시간 만에 귀항한 배에서는 악취가 진동했다. 갑판에는 썩고 문드러진 주꾸미, 꽃게, 새우 등이 뒤섞여 있었다. 사이사이 빈 병과 과자 봉지 등 쓰레기도 눈에 띄었다. 선원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갑판에 잔뜩 쌓여있는 더미를 뒤적였지만 주꾸미와 새우, 게가 힘없이 흘러내릴 뿐이었다. 서 선장은 "앞으로도 며칠간은 썩은 것들만 가져오기를 반복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푸념했다. 평상시라면 제철에 하루 800만원, 많게는 1,500만원을 벌어 선원 4명의 월급과 배 운영비 등을 충당했을 터.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다. 이들은 이내 플라스틱 삽으로 쌓여있는 더미를 죄다 바다로 흘려 보냈다. 이들은 "주꾸미, 새우 광어 우럭 등은 이번 달 한 달이 제철인데 그물마저 모두 터지고 상했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나마 5일 새로 쳐둔 그물에서 광어와 갯가재 몇 마리 잡은 게 작은 소득. 서 선장은 "이 상황에서 그물에 고기가 들었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 된다"면서 옅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어민들은 이내 정부 대책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정부가 6일 발표한 '연평도 포격도발 피해복구 및 서해5도 발전대책'에는 어민의 어업 피해는 현지 실태 조사 후 지원을 추진한다고 발표했지만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딴소리를 하고 있어 불만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서 선장은 "하루 아침에 1,200만원씩 하는 그물을 10개도 넘게 잃어버렸는데 시나 군에서는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보상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해왔다"며 "억울함을 누구에게 하소연해야 하느냐"고 가슴을 쳤다.
연평도=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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