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진짜’라는 단어만 들어도 아직까지 가슴이 뛰어요. 혜은이 언니의 ‘진짜진짜 좋아해’를 계속 듣고 부를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하죠.”(임예진)
“전 예진이가 출연한다고 해서 바로 ‘오케이’했어요. 우리가 70년대 하이틴 영화로 잘나갔거든요. 제 노래 ‘아직도 어두운 밤인가 봐’도 부릅니다.”(전영록)
1970~80년대의 대중가요를 엮어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진짜진짜 좋아해’에 당대의 청춘스타였던 임예진(50)과 전영록(56)이 출연한다. 임예진, 이덕화가 주연한 동명 영화에서 이름을 따왔는데, 고교 야구부의 에이스 투수 진영과 전교 1등 여고생 정화의 풋풋한 사랑을 그린다. 임예진은 정화의 홀어머니, 전영록은 야구부 감독으로 출연해 주인공은 아니지만 극은 두 사람의 결혼으로 막을 내린다. 뮤지컬이 처음인 이들은 “젊은 애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걸 보면 귀엽다. 우리는 ‘백 투 더 퓨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만나더니 인터뷰는 딴전이고 둘이서 수다 떨 듯 대화를 끌어갔다.
▦임예진= 내 영화라고 2008년(초연)부터 섭외가 들어왔는데, 연극 무대에도 서 본 적이 없어서 엄두가 안 났어. 음정 잡는 게 제일 걱정이야. 코러스를 따라간다니까.
▦전영록= 난 가사만 들어오지 대사가 안 들어와. 가수가 노래 부르면 무슨 재미니. 더구나 몸치야.
▦임= ‘불티’ 때 짝다리 짚고 춤 췄잖아?
▦전= 어쩔 수 없이 한 거야. 나는 원래 통기타 가수라고. 부끄러워서 검은 안경 꼈잖아.(웃음)
▦임= 난 다 새로워서 신인으로 돌아간 것 같아. 열심히 하는데도 걱정이 많아선지 자꾸 가위 눌려.
▦전= 너처럼 노래 익숙하지 않은 배우가 많아서 음정을 반 정도 낮출 거야. 못 부르겠다 싶으면 밴드한테 “다시 해요~” 이렇게 애교 피워도 되는 공연이야, 이건.
▦임= 하긴 우리나 독고영재 오빠, 화연이(차화연)처럼 추억의 얼굴이 많지. 옛날 노래도 반갑고.
▦전= 엎드려서 엉덩이 맞을 때 일부러 비껴 맞는 장면, 롤라장(롤러스케이트장), 디스코텍 이런 거 보면 ‘연기’할 게 별로 없어. 그런 게 곧 우리 자신이었으니까.
두 사람은 1976년 영화 ‘푸른 교실’에 함께 출연한 뒤 일로는 오랜만에 만났다. 당시 임예진이 다니던 무학여고는 연예활동을 인정하지 않는 공립학교였고, 전영록은 촬영을 위해 여고 앞에서 3시간씩 기다리기도 했다 한다. 이제 두 사람 다 눈도 어두워져 큰 글씨 대본을 봐야 할 정도로 시간이 흘렀다. 배철수가 진행하는 TV프로그램 ‘콘서트 7080’의 팬이라는 데 두 사람은 공감하고 있었다.
▦전= 우리 세대가 설 무대가 없어. ‘열린음악회’랑 ‘콘서트 7080’, 딱 두 개거든. 대기실도 애들이랑 분리해서 독방으로 줄 땐 얼마나 싫은지. 음반도 기획앨범밖에 안 내주려고 해.예진이가 왕년에는 ‘문근영 저리 가라’였는데, 요즘 애들은 얘가 개그맨인줄 알고 말야.
▦임= 그래도 내가 행복해진 건 오락 프로도 출연하고 한 최근 4~5년이야. 엄마, 아내로 살면서 일의 소중함을 깨달았지. 더 잘하고 싶어졌고.
▦전= 골고루 같이 갔으면 좋겠어요. 이번에 보람이(전영록의 딸ㆍ걸그룹 ‘티아라’ 멤버)가 정화 역을, 준이(독고영재의 아들ㆍ탤런트)가 진영이 친구 역을 맡아 같이 무대에 서거든요. 의미 있죠.
▦임= 연말 파티가 젊은이들의 전유물은 아니잖아요. 우리도 한 번 놀아보자고요!
‘진짜진짜 좋아해’는 17일부터 내년 2월 6일까지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1544-6399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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