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형사재판소(ICC)가 6일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격침 사건에 대해 북한 인사를 처벌할 수 있는지를 가리기 위한 예비조사에 착수하면서 그 의미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ICC는 2002년 7월 로마조약을 근거로 전쟁범죄와 반 인륜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처벌하기 위해 설립된 기구다. 비슷한 이름의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유엔 산하기구로, 국간 간 범죄를 다루는 민사 재판소인 반면 ICC는 유엔으로부터 독립된 조직으로, 개인을 기소해 처벌한다. 우리나라의 송상현 재판관이 소장으로 있다.
ICC가 밝힌 내용은 연평도 포격과 천안함 사건이 ICC가 관할하는 전쟁 범죄로 기소할 성격이 있는 사건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예비조사를 벌이겠다는 것이다. ICC에 이번 사안을 진정(communication)한 주체는 한국 내 여러 개인 또는 단체인 것으로 추정된다. 대상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나 김격식 4군단장(대장)이 지목됐을 가능성이 있다.
예비조사인 만큼 갈 길은 멀다. 우선 예비조사 결과에 따라 본 조사를 진행할지, 예비조사로 종결할지가 결정된다. 본 조사에 들어가면 가해자 측이나 범죄발생지에 수사관을 파견해 조사를 벌이고, 충분한 증거와 증언이 확보되면 기소를 하게 된다. ICC 검찰부는 이 과정에서 용의자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해 신병 확보에 나설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ICC가 북한 인사를 단죄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본 조사를 거쳐 어렵게 용의자가 기소되더라도 ICC의 관할권 행사 여부는 기소당한 사람이 속한 국가(북한)의 마음에 달려 있다. 더구나 북한은 ICC 회원국도 아니다. 실제 지난해 ICC가 이례적으로 국가 수반인 오마르 알 바시르 수단 대통령을 다르푸르 내전 중 전쟁범죄와 반 인륜 범죄 혐의로 기소하고 체포영장까지 발부했지만 그는 아직 건재하다. ICC 회원국들은 알 바시르 대통령이 자국 영토로 들어오면 체포해 ICC로 신병을 넘겨야 하지만 주변국들은 눈을 감고 있다. 이 밖에도 ICC는 그 동안 콩고민주공화국, 우간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 주로 아프리카에서 자행됐던 인종청소, 학살 등의 책임자를 기소했지만 구속력에 한계를 보여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물론 김 위원장 등 북한 인사가 기소되거나 체포영장을 발부받는 것만으로도 정치적인 의미는 클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유엔 안보리의 영향력이 미칠 수 있다는 면에서 그조차도 불확실하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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