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말이 그렇듯 국회의원들이 여야의 ‘예산전쟁’ 와중에도 오래된 자신의 지역구 숙원을 해소하는 법안을 속속 제출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2012년 4월 열리는 제19대 총선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어 의원들이 지역구 발전 법안발의와 예산 챙기기에 부쩍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구상찬(서울 강서갑) 의원은 최근 ‘공항주변지역 고도제한 완화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포공항 주변 건축물 고도제한에 따른 재산권 행사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역구민들의 민원을 반영한 것이다. 구 의원은 “현행법은 공항주변 건축물의 고도를 일률적으로 제한하고 있어 주민의 재산권 행사와 도시 균형발전에 걸림돌이었다”며 “각 공항 주변의 자연적 지형차이를 반영해 고도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성태(서울 강서을), 김용태(서울 양천을) 등 인접 지역구 의원들이 공동 발의했다.
같은 당 황진하(경기 파주) 의원은 ‘접경지역지원법 전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 60년간 국가안보를 이유로 발전이 낙후된 접경지역의 발전과 통일 이후 대비 산업육성에 필요한 예산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황 의원은 “반세기 이상 주한미군 주둔과 수도권정비계획법 등의 규제로 개발에 제약을 받아온 접경지역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의원처럼 접경지역이 지역구인 같은 당 김영우(경기 포천ㆍ연천), 김성수(경기 양주ㆍ동두천) 의원 등이 공동 발의했다.
민주당 김우남(제주 제주을) 의원은 ‘2012년 세계자연보전총회 지원특별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2012년 제주에서 열리는 세계자연보전총회 지원을 위해 필요한 경우 국유ㆍ공유재산을 무상으로 사용하거나 빌릴 수 있도록 한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예결특위 계수조정소위의 예산 감액 작업이 마무리 단계로 진행되면서 의원들의 지역 예산 챙기기도 가열되고 있다. 한 계수소위 의원은 “회의 도중 동료의원들의 민원이 담긴 쪽지가 수시로 오간다”고 귀띔했다. 회의장 주변에도 예산 민원을 하려는 의원 보좌진들이 항시 대기하고 있다. 한 수도권 의원의 보좌관은 “기획재정부 예산 담당 직원들에게 민원을 전달하기 위해 사람이 뜸한 자정이 넘은 시간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처럼 물밑에서 진행되는 예산 민원을 반영하기 위해 기재부 예산실 관계자들은 국회 본청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실 옆에 자리를 마련, 의원들의 민원 관련 증액안을 맞추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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