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에 출석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동네북 신세였다. 야당 의원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잘못됐다며 김 본부장을 몰아세웠고, 일부 여당 의원도 가세했다.
회의 초반 남경필 위원장이 사과 발언을 주문했지만 김 본부장이 “추가 협상에 임하게 될 수밖에 없었던 점에 대해선 깊이 혜량(惠諒ㆍ살펴서 이해)해달라”고 버티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그러자 민주당 원혜영 의원 등이 “반성하지 않는다는 거냐”고 따졌다. 민주당 정동영,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점 하나 고치지 않겠다고 거짓말을 했던 데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남 위원장까지 “사과하는 게 맞다”고 가세하자 결국 김 본부장은 “이런 결과를 가져와 대단히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본 질의에 들어가서도 의원들의 공세는 이어졌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의원은 “바보가 된 기분”이라며 “협상을 하다 불가피하면 양보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동영 의원은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를 서해에 불러놓고 미국에는 가장 유리한 시점에, 김 본부장에게는 가장 불리한 시점에 협상을 한 것은 국익을 퍼주러 가겠다고 작심하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김 본부장을 봐주지 않았다. 구상찬 의원은 “한미 FTA 협상을 하는데 왜 비자 이야기를 하느냐. 얻은 게 없으니 그거라도 얻었다고 홍보하는 것 아니냐”라고 공박했다. 홍정욱 의원도 “왜 국민들이 정부의 말을 믿지 못하겠느냐. 소통이 부족하니까 결과적으로 불신을 불러왔다”고 꼬집었다.
물론 “윈윈을 한 결과다. 산업적 측면만이 아니라 한국 소비자들의 소비생활 수준이 미국이나 유럽 과 같은 수준으로 가게 됐다”(김충환 의원) “국익을 위해 재협상은 가능하다. 대미외교 편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김영우 의원) 등 김 본부장을 감싸는 한나라당 의원도 있었다.
한편 김 본부장은 재협상 관련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를 묻는 질문에 “출국보고를 했더니 잘 판단해 이익의 균형을 맞춰서 가져오라고 했다”고 답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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