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25전쟁 이래 군의 최대 위기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특유의 짧고 나직한 음성으로 말문을 열었다. 연평도 포격 이후 처음으로 군단장급 이상 150여명의 장군들이 모인 자리였다. 북한의 도발을 막지 못했다는 자괴감, 하지만 다시는 이런 치욕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결연함이 겹치면서 국방부 대회의실의 분위기는 무겁게 짓눌렸다. 7일 전군주요지휘관회의는 그렇게 시작됐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 회의였다. 천안함 사태 이후인 5월 14일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하며 군 전체가 따끔한 회초리를 맞았고, 7월 14일에는 경기 평택시 해군 2함대사령부를 찾아 천안함의 교훈을 되새겼다. 보통 전ㆍ후반기로 나눠 연간 두 차례 열리던 전군지휘관회의가 다시 소집된 것은 군의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의미다.
김 장관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군대’를 화두로 제시하며 군의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전시 환경을 망각하고, 무사안일주의가 만연하며, 전투 임무보다는 서류 작성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평시 군대의 세 가지 문제점을 뿌리뽑을 것”이라며 “부대 관리형 행정 군대에서 과감히 탈피해 오늘 당장 전투에 투입할 수 있는 전투형 야전부대를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제2의 창군의 각오로 이 난국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군 간부, 그 중에서도 장군단부터 변해야 한다”며 “부하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제공하고 상급부대의 지시를 과감히 줄이는 임무형 지휘 체계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자위권과 관련, “각급 지휘관이 행사하되 선 조치 후 보고 개념에 의해서 하라”며 기존 지시 사항을 거듭 확인했다.
말뿐이 아니었다. 김 장관은 일방적 지시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지휘지침을 슬라이드로 제작해 장군들 앞에서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하는 열의를 보였다. 장광일 정책실장은 “멋 하나 없이 투박한 형식의 발표였지만 참석자들의 깊은 공감대를 통해 앞으로 군이 어떻게 해야겠다는 다짐을 이끌어낸 자리였다”며 “이처럼 회의의 형식과 격식을 타파해 지휘관이 솔선수범한 것은 창군 이후 최초”라고 설명했다.
오전 11시께부터 1시간 동안 김 장관 주재로 이뤄진 회의 후 한민구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오후1시30분께부터 1시간 동안 교전규칙 개정 방향 등 작전 분야의 실무 과제를 놓고 참석자들과 토의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영상메시지를 통해 “과거의 타성을 버리고 실전형 군대로 거듭날 수 있도록 군 기강을 일신하고 철저하게 개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김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를 방문해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군사적 주도권을 현재 북한이 갖고 있는데 한국이 돌려받을 것”이라며 “지난 60년간 전쟁이 없어 무사안일에 빠진 의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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