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전 사둔 땅을 조금씩 팔아 기부를 하고 있는데 평생 크리스천으로 살면서 저 자신을 위해 돈을 쓸 일은 거의 없어요.”
7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있는 푸르메재단 사무실을 찾은 오길순(77)씨는 “1,000원짜리 김밥으로 한 끼를 때워도 감사한 마음으로 먹었고 다리가 좀 불편해도 택시 대신 늘 지하철을 이용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씨는 이날 장애어린이들을 위해 써 달라며 푸르메재단에 2억원을 내놓았다. 최근 강지원 재단 대표가 출연한 TV공익광고를 본 뒤 내년 봄부터 효자동 네거리에 짓게 되는 푸르메재활센터 건립을 위해 기부를 결심한 것.
연세에 비해 젊어 보인다는 말에 오 여사는 “기부를 하면 몸과 마음이 편안하고 건강해지는 것을 느낀다”며 “20여 년 동안 내가 가진 것을 남과 나누며 살아온 덕분인 것 같다”고 웃었다.
남편과 사별 후 2년 반 전부터 강서구 가양동의 한 실버타운에 살고 있는 오 여사의 나눔 활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3년 총신대에 장학금 3,500만원을 기부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기부한 누적금액만 10억원에 이른다. 또 장애인단체의 나눔의 집 건립도 도와 ‘포천시장상’을 수상하는 등 여러 장애인 시설을 정기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장애로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는 오 여사는 “평소 장애인 시설을 자주 방문하면서 휠체어 등 기본적인 보조기구조차 없어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며 “자신을 위한 것을 조금씩만 아껴 장애인들이 홀로 설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