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의 연평도 포격 도발이 발생한지 어느덧 2주가 지났다. 말로만 듣던 전쟁이 눈앞의 현실이 된 뒤에야 정부는 부랴부랴 이곳에 각종 무기를 추가로 투입하고 국방장관을 교체하는 등 부산을 떨었다. 하지만 정작 주민에 대한 대책은 뒷전이었다. 정부는 6일에야 뒤늦게 300억 원을 예비비로 편성해 연평도 주민의 생계안정과 자녀교육에 지원하겠다며 '연평도 포격도발 후속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당장 피란민의 상황이 달라지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섬마을에 깊이 패인 상처도 복구가 요원하다. 포격의 직접 피해를 입은 집들은 검게 그을린 모습 그대로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 깨진 창문 사이로 바라본 고등학교 교실에는 긴급히 대피한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바다에 쳐 놓은 그물에는 꽃게가 썩어가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를 찜질방 생활에 피란민의 몸과 마음은 지쳐만 가고 있다. 계속되는 실내 생활은 물 빛 바람과 함께 했던 섬마을에서의 삶과는 너무나 다르다. 사고 당시의 충격에 집단생활 부적응이 더해져 기력은 갈수록 떨어져만 간다. 사그라지지 않는 불안감에 몸이 자연스레 웅크려진다. 끼니때가 되면 줄서기 전쟁을 치러야 한다. 지팡이에 의지해야 하는 노인들에게는 구석진 화장실에 다녀오는 일도 쉽지 않다. 자연히 건강에 이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 김수연(74, 연평면 서부리)씨는 "머리 속에서 웅웅거리는 기계소리가 계속 들려 답답하고 어지러워 잠을 잘 수 없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현재 찜질방에 기거하는 60세 이상 노인 상당수가 소화불량을 앓고 있고 호흡기질환자도 늘고 있다. 지친 심신을 달랠 수 있는 안정적인 보금자리가 절실한 형편이다.
100여명의 연평도 초중고 학생들도 떠돌이 생활에 고통받고 있다. 지난 달 29일부터 6일 동안 인천영어마을에서 영어교육과 심리치료를 받고 6일부터는 영종도 운남초등학교에서 수업에 들어갔지만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공부가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연평고 2학년에 재학중인 이모군은 "이제 대학 들어갈 준비를 해야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 지 도무지 모르겠다"며 답답해 했다.
이번 일로 연평 주민들은 정부와 군의 대응에 큰 상처를 입었다. 6일에도 군은 서해5도 부근을 제외한 전 해역에서 포사격 훈련을 실시했고, 북의 도발 위협발언은 수위를 더해가고 있다. 군사적 긴장이 높아갈수록 주민들의 불안과 공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주민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연평도 도발의 상처가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무관심 속에서 잊혀져 가는 일이다.
연평도=류효진기자 jsknight@hk.co.kr
인천=김주영기자 wi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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